"집 구하기 무서워"…관악구 부동산 문 꾹, 청년들 떠났다

머니투데이 오석진 기자, 김호빈 기자 2024.10.2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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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10시30분이 넘었는데 관악구 빌라촌의 부동산들이 문을 열지 않은 모습. 거래 시세를 붙여두지 않은 사무실부터 문 손잡이에 신문만 꽂힌 곳도 있었다. /사진=김호빈 기자28일 오전 10시30분이 넘었는데 관악구 빌라촌의 부동산들이 문을 열지 않은 모습. 거래 시세를 붙여두지 않은 사무실부터 문 손잡이에 신문만 꽂힌 곳도 있었다. /사진=김호빈 기자


28일 오전 10시 서울 관악구 봉천동. 공인중개사 사무소들과 부동산은 불이 꺼진 채 문이 잠겨있었다. 온라인에 공지된 문 여는 시각보다 1시간이 지난 뒤였다. 인근 부동산 사무실 9곳 가운데 6곳은 이처럼 운영 시간임에도 문이 닫혀 있었다.

잠겨있는 문 손잡이에는 신문이 꽂쳐 있었고, 부동산 거래 시세표가 붙어있지 않은 부동산도 보였다.



관악구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15년 동안 운영했다는 60대 윤모씨는 "이곳은 고시 준비생이나 대학생 등 청년 수요가 많은 지역이었는데 요즘엔 청년들이 오지 않는다"며 "전세 사기가 워낙 심하니 집을 덜 구하는 것 같다. 청년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공인중개사 60대 김모씨 역시 "집을 찾는 청년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고 했다. 그는 "집을 보러 오는 청년들 80~90%가 보증보험 되는 집을 찾는다"면서도 "매물 중에 보증보험 되는 집이 거의 없다. 특히 원룸은 더 그렇다"고 했다.



이어 김씨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힘들다"며 "거래는 계속 줄어들고,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는 사람들도 간혹 보인다"고 했다.

서울 25개구중 전세사기 1등 '관악구'…지난달에도 끊이지 않은 전세사기
28일 오전 10시30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빌라촌(왼쪽)에 있는 부동산이 닫힌 모습(오른쪽). /사진=김호빈 기자28일 오전 10시30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빌라촌(왼쪽)에 있는 부동산이 닫힌 모습(오른쪽). /사진=김호빈 기자
전세사기 광풍이 휩쓸고 간 흔적이다. 국토교통부 '기초지자체별 전세사기 피해주택 소재지 현황'에 따르면 지난 2일까지 서울 25개구 중 관악구는 가장 많은 전세사기 피해주택이 발생했다. 총 1334가구 주택이 전세사기 피해를 보았다. 2022년 12월 무자본 갭투기 방식으로 집을 구매하고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사망한 1대 '빌라왕'이 활동했던 강서구보다 약 200가구나 더 많다.


전세사기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관악구 일대에서 세입자 20여명에게 보증금 수십억원을 돌려주지 않은 50대 연모씨는 경찰에 입건됐다. 연씨는 봉천동 일대 빌라와 다세대 주택 등 4채를 매입한 뒤 전세 계약이 끝난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같은달 봉천동 일대 빌라 및 오피스텔 6채를 소유한 70대 임대인 백모씨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세입자들에게 고소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만 80여명에 미반환 보증금은 1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년들 "집 구하기 불안해"…계약 끝나면 관악구 떠날 계획도

28일 오전 10시30분쯤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빌라촌. 부동산이 문을 열지 않은 모습. /사진=김호빈 기자28일 오전 10시30분쯤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빌라촌. 부동산이 문을 열지 않은 모습. /사진=김호빈 기자
관악구는 서울대학교가 위치하고 각종 대학이 많은 지하철 2호선이 지나 통학이 편리해 대학생 등 청년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청년들은 모두 전세사기 공포에 관악구에서 집을 구하기 무섭다는 반응이다.

관악구에 사는 30대 이모씨는 "내 집 마련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는 나이다"며 "지금은 관악구에 살고 있지만 다음 집을 구할 땐 조금 비싸더라도 전세사기가 적은 곳으로 갈 예정이다"고 했다. 그는 "전세사기가 터지고 나서 거리를 걸을때 건물을 보면 '저기는 깡통 건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생 때부터 정들어 계속 살까도 고민했지만 전세사기가 무섭다"며 "조만간 계약이 만료되면 다른 곳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매달 나가는 돈이 더 들어도 보증금을 줄이는 방법을 선택한 청년도 있다. 서울대 재학생 20대 김모씨는 "지인 중에 전세사기를 당한 친구가 있다. 나도 걱정돼 보증금 5000만원 이하인 반전세로 살고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전세사기가 걱정되지만 이 부근이 서울에서 원룸이 제일 싸서 이곳을 선택했다"며 "다음 집은 관악이 아니고 다른 곳을 알아보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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