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 이진우 국장
자타가 공인하는 '1등 기업' 삼성은 '전국 수석' 이상의 평가와 대우(?)를 받는다. 대한민국과 동등한, 아니 뛰어넘는 수준의 도덕적 규범과 행동, 실적을 보여줘야 질타를 면한다. 실적이 나쁘면 대국민 반성문을 써야 하고 주가의 등락은 수많은 국민의 자산을 불리고 줄인다. 잘하면 당연하고 조금만 샛길로 빠지면 수많은 사공이 조리돌림을 한다.
'국가대표' 모자를 쓰고 '국민기업' 옷을 입고 있는 현실이 버겁다. 주력 사업인 메모리반도체의 실적부진, 관료화한 조직문화, 영업이 아닌 관리와 재무 중심의 경영진, 사라진 삼성 특유의 도전과 혁신 등 복합 진단이 내려지고 처방전도 넘쳐난다. 자칭 '내부자'의 제보도 잇따른다. 과거 삼성에선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다.
삼성이 도전과 혁신을 뒤로하고 리스크 관리와 재무에 목을 맨다고 비판하기에 앞서 왜 그리 흘러가야 했는지, 왜 관료·교수 출신이 사외이사에 대거 포진했는지, 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데 '준법감시위원회' 같은 별도 기구의 필터링을 받아야 하는지. 과거 경영상의 '과오'를 이유로 이 모든 것을 당연시하고 "항상 두들겨 보고 돌다리를 건너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꼬리를 문다.
지금 삼성은 이재용 회장도, 이사회도, 준법감시위도 결단을 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린다. 오너의 과감한 결단이 일사분란하게 전파되고 한몸처럼 기민하게 움직이는 과거의 삼성은 사라졌다. 그냥 '기업'으로서 지켜보고 평가하고 투자하고 거래하면 되는데 그 이상의 정치·여론적 압박이 느껴진다. 이게 창업자와 다른 처지의 '이재용의 능력' 한마디로 설명이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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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삼성도 주변을 탓하며 '자해성' 머뭇거림을 해선 안 된다. 따끔한 비판을 겸허히 듣고 새기고 바꿀 것은 바꿔야 한다. 왜 '삼무원'(三務員) 소리를 듣는지, "삼성전자 직원들은 칼퇴(칼퇴근)를 하는데 장비 협력업체 임직원은 야근을 한다"는 푸념이 나오는지 자성해야 한다. 애국심, 세대 탓에 앞서 '아이폰'을 택하는 젊은 세대가 왜 많은지 고민해야 한다. '아 옛날이여!'는 진짜 옛날 얘기다.(이진우 더벨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