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의존도 95%…금리인하기에 '비은행' 더 급해진 우리금융

머니투데이 이병권 기자 2024.10.2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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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그룹 당기순이익에서 우리은행 당기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율/그래픽=김현정우리금융그룹 당기순이익에서 우리은행 당기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율/그래픽=김현정


우리금융지주가 은행의 높은 대출 성장으로 3분기만에 지난해 전체 실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거뒀으나 '비은행' 부재는 더 실감했다. 우리금융은 보험사 인수 등을 추진중이나 금융당국의 정기 검사로 늦어지고 있고 금리인하기에는 은행 수익성도 담보할 수 없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94.9%로 집계됐다. 우리금융이 올해 3분기까지 달성한 누적 당기순이익 2조6591억원 중에서 2조5244억원이 우리은행의 몫이었다. 지난해에는 은행 의존도가 99.9%에 달했다.



우리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와 견줘 은행 의존도가 유독 높아 비은행 부문 확충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주요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KB금융지주 59.6%, 신한금융지주 77.8%다. 상반기 기준 하나금융지주는 84.6% 수준이다.

비은행 사업으로 금융지주는 은행 이자이익 중심의 수익을 다각화할 수 있다. 특히 외부 요인에 은행이 흔들릴 때 비은행이 안정적인 실적을 뒷받침해주기도 한다. 일례로 KB금융은 국민은행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75억원(8.3%) 감소했지만, 비은행이 3868억원 증가한 덕에 연간 순이익 '5조 클럽' 가능성을 키웠다.



비은행의 중요성을 아는 우리금융도 증권·보험 등 비은행 금융사 인수를 타진해왔고 지난 8월 한국포스증권과 우리종금이 합병한 '우리투자증권'을 출범했다. 이어 ABL·동양생명 패키지 인수를 결정하면서 보험업이 '종합금융 포트폴리오'의 마지막 퍼즐로 남았다.

다만 본격적인 영업이 지체되고 있다.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의 부당대출과 인수·합병 문제 등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 정기 검사에 돌입하면서다. 우리투자증권은 투자매매업 본인가가 승인되지 않았고 보험사 인수 절차는 미뤄지고 있다. 경영실태평가 결과 종합등급 2등급 이상을 받지 못하면 인수 자체에 제동이 걸린다.

이와 함께 지난 11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는 등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은행 의존도가 높은 우리금융은 비은행 사업의 부재에 아쉬움이 더 커질 수 있다. 통상 금리 인하기에는 금리에 민감한 대출금리가 먼저 떨어지고 예금금리는 뒤늦게 반응하면서 예대금리차가 축소돼 은행 수익성이 떨어진다.


실제 올 3분기는 '영끌 광풍'이 불면서 대출 성장 덕에 실적은 좋았지만, 순이자마진(NIM) 지표는 주요 금융지주가 모두 떨어졌다. KB금융은 1분기 2.11%에서 3분기 1.95%로, 신한금융은 2.12→2.02%, 우리금융도 1.74→1.67%로 올해 들어 NIM이 지속 하락 중이다.

아울러 오는 4분기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대출 확대도 어려울 전망이다.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구축돼있다면 방카슈랑스 판매나 증권업과의 연계 등으로 비은행과 은행이 시너지를 내서 비이자이익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이 부분 역시 큰 기대가 어려운 실정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3분기 WM(자산관리) 비이자이익을 많이 키웠는데 비은행까지 있었다면 더 큰 시너지를 냈을 수 있다"며 "보험사 인수 여부와 영업 등이 가시화하려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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