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2', 연상호 감독도 빠져나오지 못한 의문의 심연

머니투데이 정명화(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10.2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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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 아무리 노력해도 메워지지 않는 유아인의 존재감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내가 언제 죽는지 그 순간을 정확히 알게 된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또 그것이 평온하고 일상적인 죽음이 아닌, 정체 모를 존재에 의해 극도의 고통 속에 맞는 최후라면. 연상호 감독의 '지옥'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어떤 존재로부터 죽음의 순간과 지옥에 갈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이후 정확히 그 시간에 죽음을 맞는 괴이한 현상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과연 죽음을 예언하는 그 존재는 무엇인지, 죽음을 집행하는 무시무시한 괴물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그 예언과 죽음의 대상이 되는 것인지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현상 뒤에 나타나는 인간들의 공포와 이기심, 광적인 믿음과 무법천지로 변모해가는 사회를 그린다.

'지옥'은 설명할 수 없는 이 공포의 현성에 죽음의 예언은 신으로부터 죄 지은 자에게 내려지는 일종의 형벌인 '고지'이며, 죽음의 순간에 행해지는 폭력적인 최후는 '시연'이라 주장하는 정진수의 교리를 바탕으로 시작된다. 이 모든 것은 '신의 의도'라고 주장한 '정진수'는 이 유례없는 기이한 현상에 '신의 형벌'이라는 해석을 내놓으며, 그가 만든 '새진리회'와 함께 광적인 믿음의 대상이 된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지옥'은 참신하고 기발한 소재와 그로테크스한 크리처의 형상, '매드맥스'를 연상시키는 세기말적 분위기로 화제를 모았다. 놀랍고 초자연적인 현상을 접하는 인간들의 각기 다른 해석과 믿음, 집단적 광기를 통해 다양한 인간군상과 심리묘사 등 철학적인 물음과 동시에 오락적 요소를 갖춘 작품이다. 그러나 연상호 감독 작품의 단점으로 지적되온 용두사미적인 스토리가 많은 궁금증을 남기며 평가가 갈리기도 했다.



미처 해소하지 못한 전편의 물음을 들고 돌아온 '지옥2'는 고지를 받고 최초의 공개적 시연 대상자가 된 '박정자'(김신록)의 부활로 서막을 연다. 시즌1 공개 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출연이 불발된 유아인을 대신해 새진리회 초대 의장이자 혼란의 세상을 만든 '정진수' 역에 김성철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새로운 시즌 감상 전 시즌1의 요약 줄거리 영상에서조차 김성철이 연기한 '정진수'로 대체, 유아인의 존재를 말끔히 지운 '지옥2'는 다시 부활한 이들의 입을 통해 어떤 이야기가 나올 것인지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리게 한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인간 본성의 어둡고 나약한 심연을 우울하게 묘사했던 유아인은 김성철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지워지지 않는 존재감으로 러닝타임을 내내 장악한다. 20여년을 이어온 죽음에 대한 공포와 끝없는 검열, 분노를 무기력하고 공허한 모습으로 표현했던 유아인에 비해 김성철은 혼란스러움과 공포에 더 무게를 둔 '정진수'를 만들어냈다. 시즌1의 김현주는 더욱 강하고 단단해진 '민혜진'으로 작품의 중심을 든든히 받쳐주며, 강도 높은 액션 연기까지 소화했다. 대통령 정무수석 '수경' 역으로 문소리가 가세해 현실의 맛을 더해준다.


무엇보다 반가운 얼굴 문근영이 화살촉의 일원으로 등장해 파격변신의 끝을 선보인다. 하드코어하고 펑키한 화살촉 무리들 특유의 분장을 더한 문근영은 기존의 청순한 이미지를 벗고 강렬한 연기 변신에 도전했다. 특별출연으로 비교적 적은 분량이지만, 기이하고 영적인 현상 앞에 가장 맹렬하게 변화하는 인물을 인상적으로 그려냈다. 평범한 일상 속 유치원 교사 '지원'으로는 여전히 순하고 차분한 여성미를, 시연의 순간을 목도하고 정진수의 교리에 무섭게 빠져드는 광신도 '햇살반 선생님'에서는 광기어린 눈빛과 날카로운 목소리로 인물의 변화를 드라마틱하게 표현했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총 6화로 구성된 '지옥2'는 시즌1에 비해 더 커진 스케일과 다양한 액션 신으로 보는 맛을 더했다. 그러나 시즌1에서 보여준 인물들의 깊이있는 감정묘사와 매력적인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그려내지 못해 아쉬움을 준다. 무엇보다 돌아온 부활자들이 겪은 각자의 지옥과 경험, 부활 이후의 변화 등 궁금했던 부분들에 대한 의문을 충분히 해소시켜주지 않는다. 시즌1에서 부모의 희생 속에 살아남은 아기(재현)와 진한 부성애로 정진수의 시연까지 품고 딸을 지킨 형사 '진경훈'(양익준 분) 등 주요 실마리를 쥔 인물들의 분량이 적은 점도 아쉽다.

'지옥2'는 우리가 알고 싶던 지옥의 모습, 그리고 흉폭한 집행자의 정체, 시연자 가운데 부활자로 선택된 이유 등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을 다문다. '괴물은 당신 속에 있다', '신은 지옥을 이 세상에 옮겨놓고자 했다'라는 간접적이고 모호한 메시지로 보는 이들 각자에게 해석의 여지를 주고 해소되지 않은 궁금증을 남긴 채 서둘러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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