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전 국민 벤처투자 시대를 만들자

머니투데이 최성진 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2024.10.29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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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진 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최성진 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벤처투자는 일반적으로 위험도가 높고 그만큼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전문적인 투자자가 아닌 사람들은 접근이 어렵다. 과연 얼마나 위험하고 얼마나 수익이 났을까.

정부가 최근 발표한 '선진 벤처투자시장 도약방안'을 보면 1987년 벤처투자조합 제도가 만들어진 이래 올해 상반기까지 청산된 1107개 펀드 전체에서 66%가 수익을 냈고 연평균 수익률은 16%에 달했다. 손실을 본 펀드까지 포함해도 수익률은 연 9%였다. 손실을 볼 위험이 3분의1가량 되지만 이를 감안해도 상당한 고수익이다.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면 안정적인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2005년에 출범한 모태펀드가 바로 다수의 펀드에 출자하는 모펀드(fund of fund) 방식으로 손실 없이 꾸준히 수익을 창출한다. 모태펀드가 출자한 자펀드 전체의 평균 수익률이 9%가량이다. 생각보다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내는 투자영역이다.



때문에 벤처투자시장은 꾸준히 성장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15년간 연평균 16% 성장해 연 11조원 정도의 투자가 이뤄졌다. 전 세계 벤처투자 역시 연평균 13% 증가해 490조원에 이른다. 굉장히 매력적인 투자영역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국민들도 자유롭게 벤처투자에 나설 수 있게 해서 자산증식의 기회를 줘야 하지 않을까. 지금도 개인이 벤처투자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열려 있고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세제지원 혜택도 있다. 연간 3000만원까지는 투자 전액, 그 이상도 금액대별로 일정비율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투자전문가나 고액자산가가 아닌 일반 국민들이 벤처투자에 나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재 개인의 벤처투자는 초기 스타트업에 직접투자하는 엔젤투자자가 되거나 개인투자조합에 참여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엔젤투자는 벤처캐피탈도 아직 투자하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영역으로 위험도가 가장 높아 스타트업 전문가가 아니면 접근이 어렵다. 마찬가지로 개인투자조합 역시 10억~20억원가량의 소규모 펀드로서 벤처펀드보다 먼저 투자를 집행하기 때문에 실력 있는 투자전문가가 운용하지 않는 이상 손실의 위험이 크다. 민간모펀드나 크라우드펀딩 등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들이 있으나 문턱이 여전히 높다.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우선 국민들의 자산이 모여 있는 퇴직연금 등 연기금의 벤처투자가 활발하다. 미국 퇴직연금 '401(k)'는 자산의 86%를 비상장주식을 포함한 주식투자로 10년간 연평균 1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국, 호주, 영국 등 많은 국가에서 이 같은 방식으로 국민들의 자산증식을 돕는다. 국내 퇴직연금은 87%가 원리금 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고 심지어 벤처펀드와 같은 대체투자가 법적으로 금지된 것과 대조적이다. 또한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는 벤처펀드가 부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투자하고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금융투자상품이다. 개인이 주식종목처럼 투자할 수 있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usiness Development Company·BDC)는 미국 모험자본 모집의 6%, 영국은 24%를 차지하지만 우리는 제도 자체가 없다.

일반 국민들에게 벤처투자를 권하기 위해서는 가장 위험이 적은 형태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간접투자 영역은 국민들의 접근을 어렵게 하고 오히려 위험도가 높은 직접투자를 권하는 꼴이다. 벤처투자가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투자자나 기업의 투자증가도 중요하지만 우리 경제의 중요한 주체인 국민들의 벤처투자 활성화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손실위험이 낮으면서 안정적 수익을 올리는 것은 공공의 모태펀드가 이미 검증된 모델이다. 모태펀드의 출자자(LP)를 개방하거나 모태펀드와 매칭되는 민간모펀드를 만드는 등 국민들이 모태펀드와 비슷한 수익을 올리도록 하는 방법은 많다. 퇴직연금과 BDC 등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방안 역시 분명하다. 전 국민 벤처투자 시대는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국가경제 전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최성진 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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