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특검' 혁신당은 '탄핵'...국감마친 野 '거리 여론전' 나선다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오문영 기자 2024.10.2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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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 촉구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0.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 촉구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0.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야권이 윤석열정부 압박을 위해 거리로 나선다. 조국혁신당 등 민주당을 제외한 야권은 탄핵에 초점을 맞췄지만, 민주당은 탄핵과 거리를 둔채 특검법 관철에 주력할 계획이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의 이런 움직임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희석하고 조국 대표의 존재감 회복을 위한 전략으로 해석한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다음 달 2일 서울 도심에서 '김건희 규탄 범국민대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장외 투쟁을 이어간다. 민주당의 길거리로 나서는 건 지난 6월 채상병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연 이후 4개월 만이다.



민주당은 장외 투쟁을 통해 국정감사로 높아진 김 여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한층 더 끌어올리고, 여당과 대통령을 향해 특검법 수용을 압박하겠단 방침이다. 김 여사에 대한 특검법은 21대 국회와 22대 국회에서 각각 한 번씩 발의돼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고 재표결에서 여당이 반대하면서 부결 폐기됐다.

민주당은 다음 달 14일 본회의에서 세 번째로 발의한 김 여사 특검법도 처리할 계획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에 돌아올 경우 11월 내에 재표결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 특검법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삼부토건 주가조작 등 이전 특검법 수사 대상 8개에 명태균씨가 연루된 여론조작 의혹 등을 추가해 총 14개 의혹에 대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의 한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국정감사를 거치면서 김건희 특검법을 처리해야 할 이유와 명분은 뚜렷해졌다"며 "이제 (민주당이) 할 일은 여론을 결집하고, 여당과 대통령이 특검법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한국갤럽이 지난 22~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거론하기도 했다. 해당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률은 20%로, 부정평가 이유 중 '김건희 여사 문제'가 1위(15%)를 차지했다. 갤럽은 "2주 연속 김 여사 관련 문제가 경제·민생과 함께 부정 평가 이유 최상위에 올라있다"라고도 했다. 이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 면접조사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다. 응답률은 12.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장외 투쟁이 이재명 대표가 1심 선고를 앞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여론의 시선을 정부·여당으로 돌리고, 당내 결속력을 강화해 내부에서 잡음이 나오는 상황을 막으려는 시도란 분석이다.


이 대표는 총 7개 사건으로 기소돼 4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중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내달 15일, 위증교사 혐의 사건은 같은 달 25일 1심 선고가 나온다. 이 대표가 위증교사 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형,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는다면 차기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진다.

다만 민주당은 조국혁신당·진보당 등 다른 야당의 '대통령 탄핵' 구호에는 연신 거리를 두고 있다. 섣부른 탄핵 추진이 자칫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확실한 근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민주당이 앞서서 탄핵을 얘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26일 서울 서초역 인근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검찰해체·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언대회' 집회에서 조국 대표, 황운하 원내대표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0.26. photocdj@newsis.com /사진=최동준[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26일 서울 서초역 인근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검찰해체·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언대회' 집회에서 조국 대표, 황운하 원내대표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0.26. [email protected] /사진=최동준
오는 28일 당 대표 취임 100일을 맞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거리투쟁을 예고했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총선에서 '12석의 돌풍'을 일으켰지만 개원 후 교섭단체 의석수(20석)에 못 미치는 '12석의 한계'에 봉착하면서 주목도가 낮아졌단 평가가 나온다. 이번 장외투쟁을 통해 존재감을 회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조 대표는 지난 3월 창당 때 추대 형식으로 대표직을 맡았다. 그러다 지난 7월 20일 조국혁신당의 첫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로 정식 선출됐다. 조국혁신당은 취임 100일을 기념한 당 대표 기자간담회를 준비 중이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지난 100일간의 성과, 현재 공 들이고 있는 탄핵 집회 및 장외 여론전이 화두가 될 전망이다.

조 대표는 지난 7월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당선 수락 연설을 통해 "(윤석열정부) 탄핵과 퇴진을 향하는 쇄빙선의 엔진에 시동을 걸겠다"고 밝혔다. 당시 조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 '엄석대'처럼 행동한다. 철권 통치라도 국민 눈치를 보고 듣는 체라도 했는데 윤 대통령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며 "부자 편애왕, 지역 파괴왕, 민생·경제 파괴왕, 헌법 파괴왕"이라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총선에서 '3년은 너무 길다'란 캐치프레이즈 아래 윤석열 정권 조기 종식을 기치로 내걸면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교섭단체 요건 완화 협상에 실패하고 상임위원회 중심의 국회 활동이 전개될수록 존재감이 위축돼 온 게 사실이다. 전당대회를 통해 2기 지도부를 꾸린 뒤 곧바로 '3년은 너무 길다 특별위원회(탄추위·탄핵추진위원회)를 발족했으나, 전남 영광·곡성 재선거에 당력을 집중하며 중앙 정치 무대서 주목도가 크게 떨어졌다. 게다가 사활을 걸었던 지난 10·16 재보궐 선거에서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조 대표의 취임 100일 이후 조 대표와 조국혁신당의 행보도 존재감 키우기에 초점을 맞춰질 전망이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언 대회'를 개최했다. 의원 수 부족으로 영향력 확대가 제한적인 여의도를 벗어나 창당 때부터 당의 기치로 내걸었던 '정권 조기종식'을 여론전으로 확대시켜 당의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것이 조 대표의 복안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이날 탄핵 선언 대회에서 "우리가 선출했기에 참고 기다렸지만 윤 대통령 부부는 국민의 바람을 철저히 외면했다"며 "우리 국민은 품위 있는 대통령, 무당에 의존하지 않는 대통령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핵이 되면) 헌정 중단을 걱정하는 분이 많지만 지금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려 얻는 국익이 앞으로 2년 반 동안 (현 정권이) 나라를 망치는 손실보다 크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조국혁신당이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범야권 소수정당이 추진하는 탄핵 여론전의 구심점이 된다면 조 대표의 정치적 존재감 역시 커질 것이라 내다봤다. 조국혁신당이 주최한 탄핵 선언 대회가 열린 26일 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은 시민사회단체들과 공동으로 서울 시청역 앞에서 '국정농단 부패·비리 김건희 심판' 공동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참석했다.

한 민주당 재선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민주당은 현재 탄핵을 이야기하지 않고 특검 관철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민주당이 국회를 주도하는 다수당인 만큼 특검 추진·관철 과정에서 민주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들의 존재감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이유로 비민주당계 야당들이 탄핵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국회 바깥으로 나가기 시작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각 당이 산발적으로 집회를 개최하는 상황에서 조국혁신당이 중추에 서고 비민주당계 야당의 단일대오 전선 구축에 성공한다면 조 대표는 적어도 탄핵과 관련해선 비민주당계 대표성을 지니게 될 것"이라며 "아직까진 정치인보다는 투사·논객 이미지가 짙은 조 대표가 정치적 역량을 쌓는 데도 긍정적인 기능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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