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스코어보드-법사위(종합)] 김건희·이재명 외치다 정책은 실종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조준영 기자, 박다영 기자 2024.10.26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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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024 국정감사]

[300스코어보드-법사위(종합)] 김건희·이재명 외치다 정책은 실종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평가 대상 의원= 곽규택(국), 김승원(민), 김용민(민), 박균택(민), 박은정(조), 박준태(국), 박지원(민), 서영교(민), 송석준(국), 유상범(국), 이건태(민), 이성윤(민), 장경태(민), 장동혁(국), 전현희(민), 조배숙(국), 주진우(국), 정청래(민, 위원장).

2024년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선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재판이 블랙홀처럼 사실상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이미 언론·시민단체로부터 'D-'(디마이너스) 등의 혹평이 앞다퉈 나오는 22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법사위는 정쟁의 최전선에 있었다는 평가다.



법사위가 이처럼 정쟁의 소용돌이에 갇힌 것은 정치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법의 영역으로 넘긴 탓이 크다. 이는 법사위원들의 잘못만은 아니며 각 의원실에서 정책질의를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각 당의 '대표선수'로서 현안질의로 싸울 수밖에 없는 정치적 환경도 한몫했다.

그럼에도 이미 '이재명 국감'이란 비판을 받은 지난해 국감보다도 올해는 생산적인 정책적 논의가 더욱 줄어 아예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는 평가다. 김 여사·이 대표의 의혹은 정치인들에겐 생사를 다투는 문제지만 대다수 국민들의 삶, 일상과는 상관 없는 문제다. 국민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각종 법률서비스의 사각지대, 당장 피부에 와닿는 강력·흉악범죄, 마약범죄, 딥페이크 등 신종범죄에 따른 불안감 해소,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여러 모순 등 법사위가 시급히 들여다볼 정책 현안은 차고 넘친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법사위에서 유일하게 시종일관 정책질의 노력을 이어간 의원이다. 지난 8일 법무부 국감에서 주질의 때 유일하게 정쟁 질의를 피해갔다. 그는 "엄벌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사형이 더이상 집행되지 않고 선고되지 않으니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있다"며 "범죄자들에게 강한 경각심과 두려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8월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사형 집행시설 점검을 지시하고 대구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사형수를 서울구치소로 이감한 것만으로 사형수들의 태도가 바뀌었음을 언급하며 현장 시찰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밖에 재소자의 폭행, 마약범죄 수사 기법, 전자발찌 전담 관리인력 등 폭넓은 정책질의를 다뤘다.

박 의원은 피감기관 국감마다 일관되게 '엄벌주의' 필요성을 밝힌 끝에 종합국감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사형제도가 존재하는 이상 존재의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여러가지 저희들의 입장을 잘 견지해가도록 하겠다. 형사정책적 기능 외에 국민여론과 법감정 국내외 사항을 여러 고려해야 되는 사항이라 생각한다"고 의미 있는 답변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법사위 국감 기간 동안 하나의 테마를 일관되게 밀고 간 유일한 의원이다.


박 의원의 현안 질의도 비교적 팩트에 기반한 합리적 접근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는 검사 탄핵, 이재명 대표 수사 검사에 대한 좌표 찍기, 법 왜곡죄 등을 지적했으며,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 임기 중 당선 무효형이 선고되면 직을 상실하는지 김정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에게 질의해 "법률 효과상으로는 그렇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질의는 정치권에서 널리 인용된 '히트작'이 됐다. 좀처럼 흥분하지 않고 상대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질의 태도도 여당뿐 아니라 야당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야당 의원들은 예외 없이 김 여사 공세에 열을 올리면서 여당 의원들보다 정책질의에 시간을 할애하는 비중이 더 낮았다. 이런 가운데 박균택 의원은 민주당에서 드물게 정책질의를 이어가면서 현안 질의도 무리한 논리 비약이나 상대편 공격, 비방, 호칭 생략 등 태도 문제 없이 적정 선을 지키면서 합리적으로 이어가 호평을 받았다. 법사위 국감에서 여야간 격앙된 고성과 대치가 수시로 벌어졌고 야당이 공세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박 의원의 이러한 태도는 회의의 원활한 진행을 돕고 파국을 막는단 면에서 차별화 포인트가 됐다.



박 의원은 법무부 국감에서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전담 상담인력 부족으로 인한 132콜센터 응답률 저조를 지적하면서 해당 기관의 더욱 적극적인 예산 확보 등 노력을 촉구했다. 또 사회적 약자를 위한 피해자 국선변호사, 진술조력인 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나 담당인력 급여 등이 열악해 인력수급이 원활히 되지 않는 점도 짚었다. 국선변호사와 진술조력인은 급여가 각각 600만원, 270만원에 불과해 상근자가 전국적으로 부족한 문제가 있는데, 박성재 장관은 예산편성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이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지난 10년간 재판 지연 사태가 악화되면서 장기미제 사건이 쌓이는 데 대한 개선 방안도 질의했다. 또 현행 법률이 2대 범죄(부패, 경제)로 제한하고 있는 검사의 직접수사 대상 범죄를 윤석열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꼼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헌법재판소, 법제처 국감에서 연거푸 문제제기하기도 했다. 김정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위법을 넘어 위헌의 문제라는 생각에 동의하느냐'는 박 의원의 질의에 "그런 측면도 있다"고 공감했다.

박 의원은 비판을 할 땐 하더라도 검사 출신으로서 피감기간에 대한 애정과 존중을 담아, 피감기관으로부터 속 깊은 답변을 이끌어낸단 평가도 받았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검사 출신의 전문성을 무기로 김 여사의 각종 의혹에 대한 야당의 공격의 허점을 앞장서 짚어내는 '수비수'로서, 또 이재명 대표 등 야권 인사들의 각종 의혹을 정조준하는 저격수로서 양 방면에서 모두 높은 적중률을 보이며 존재감을 뽐냈다.

주 의원은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과 관련해 카톡방 멤버들의 새로운 녹취를 국감장에서 공개하고 '삼부는 삼부토건이 아닌, 골프 야간 라운딩'이라는 주장을 밀어붙여 공수처 국감을 주도했다.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를 TV로 생중계하자는 파격 제안으로 야권을 당황시키기도 했다.

중앙지검 국감에선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불기소 처분과 관련해 검찰이 김 여사 압수수색을 진행하지 않은 점을 야당이 집중 공략했는데, 주 의원은 이성윤 의원이 중앙지검장 시절 이 사건을 지휘하며 압색을 하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영장을 집행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봐준 게 아니라 영장조차 집행하지 못할 정도로 소명할 증거가 없었다는 것"이라고 역공했다.



치열한 정쟁 국감 속 양당 간사는 모두 파행을 최대한 줄여보려 노력한 노고를 인정받았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수적 소수여당 간사로서 거수표결 등에서 필연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민주당 소속 정청래 위원장의 존재감이 큰데 여당의 목소리를 최대한 어필해야 하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분전했다. 잦은 파행과 대치상황에서 때론 고성으로 항의했지만 주로는 침착하게 가끔은 읍소하기도 하면서 균형추를 잡으려 애썼다. 유 의원은 질의에서도 핵심 쟁점을 요약하며 상황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호평받았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수적 우위에 있는 야당 간사임에도 이를 남용하지 않고 최대한 여당 간사와 조율해 나가려는 운영을 국감 기간 동안 보여줬다. 정 위원장의 짧은 부재 때마다 사회권을 쥐었는데 분란이 생기는 일은 없었다. 본인의 질의 때도 김 의원은 한끗 디테일이 달라 귀에 쏙쏙 박히는 차별화된 질의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여당이나 피감기관을 윽박지르지 않는 젠틀하고 부드러운 태도가 질의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단 평을 받았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우렁찬 발성과 대중적 호소력을 겸비한 전달력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단 호평을 받았다. 전자발찌를 착용한 범죄자를 관리감독하는 '무도실무관'을 참고인으로 불러서 한 정책질의, '선원구하라법' 등 자신이 주도하는 입법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후속 질의 등으로 법사위 내에서 남다른 대중성, 흥행성을 보유한 의원이란 평가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법사위 의원 중 여당 내 최다선(5선)으로서 조근조근한 말투와는 달리 날카롭고 적확한 내용의 질의로 다선의 내공을 한껏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 의원은 현안뿐 아니라 낙태죄와 동성 커플의 건강보험 등 다양한 주제의 정책질의를 매 국감마다 선보인 '아이템 부자'이기도 했다. 다선 의원은 이미 아는 지식으로 시간을 때우기 쉬운데 열정적인 준비성이 돋보였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수적으로나 화력으로나 열세일 수밖에 없는 여야간 역학관계 속에서 여당 파이터 몫을 가장 제대로 해낸 의원이다. 유상범 간사가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조율에 나섰다면 곽 의원은 초선다운 패기로 적재적소에 등판해 야당의 공세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여당의 소방수 역할을 해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법사위 내 유일한 소수당 의원으로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비록 정책이 아닌 현안질의에 쏠려 있었고 간혹 답변 과정에서 태도 지적을 받기는 했지만, 엄청난 준비성과 치열한 문제의식으로 피감기관을 집요하게 몰아붙이는 끈기만큼은 최고란 평가였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데이터가 증명하는 22대 국회 첫 국감 'TMT(투머치토커)' 위원장 1위다. 중앙지검 국감에선 발언 시간이 다른 감사위원 평균의 무려 5.75배를 기록했다. 파행과 정회가 잦은 상임위란 점을 감안해도 정 위원장의 발언 비중은 도를 넘었다. 회의 진행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면서도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위원장의 최고 덕목이란 점에서 정 위원장은 정 반대에 위치했다.

정 위원장은 위원장임에도 꼬박꼬박 질의에 참여하는 열의가 돋보였다. 다만 의사진행은 그의 의도와 무관하게 회의의 원활한 진행보다는 분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회의 진행과는 상관없는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 대해 비판을 타 위원 질의 도중 섞는가 하면, 여당 의원들의 질의에 개입해 평가하거나 반론을 제기하며 훈수를 두기도 했다.



피감기관에 주어져야 할 답변 기회를 부여하지 않아 손을 들고 읍소하게 만들었고, 손을 들어도 '질문한 게 아니다'라며 답변을 저지하는 일도 잦았다. 야당 보좌진 사이에서도 회의 진행에 대한 불만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다만 정 위원장이 자랑하는 '정시 출발'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한편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국감 스코어보드의 평가 기준은 △정책 전문성 △이슈 파이팅 △국감 준비도 △독창성 △국감 매너 등이다. 상임위별 이슈·현안 관련 전문성과 발언의 적절성, 고성·욕설·막말 여부, 성실성 등을 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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