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입주위협 '고무줄 공사비' 수십억 왔다갔다…"다주는 게 맞아?"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24.10.2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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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25일 오후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에서 중단됐던 기반시설 공사가 재개되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는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과 기반시설을 담당했던 시공사 3곳이 공사비 210억원 증액에 합의함에 따라 공사를 이어가게 됐다.2024.10.25. scchoo@newsis.com /사진=추상철[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25일 오후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에서 중단됐던 기반시설 공사가 재개되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는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과 기반시설을 담당했던 시공사 3곳이 공사비 210억원 증액에 합의함에 따라 공사를 이어가게 됐다.2024.10.25. [email protected] /사진=추상철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를 재건축한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를 앞두고 정비기반시설 공사비 갈등이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고무줄 공사비' 책정을 두고 논란이 인다. 업체들의 요청금액과 조합 집행부의 판단에 의심을 갖는 조합원들이 많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재건축 조은 합은 지난 24일 오전 정비기반시설 시공사 세곳(동남공영·중앙건설·장원조경) 대표들과 만나 공사재개를 합의하며 추가 공사비 규모와 지급시기를 약속했다. 합의서를 보면, 조합은 지난 17일 열린 '111차 대의원회'에 상정된 공사비 인상 금액을 시공사들의 요구대로 지급하기로 했다. 건설물가상승분(ESC)까지 반영키로 했다. 이는 기존 계약서와는 다른 조건이다.



시공사들이 약속받은 추가 공사비는 약 209억원이다. 이는 공사비 검증 금액보다도 30억원 이상 높다. 조합은 지난달 검증기관인 건영기술단에 추가공사비 검증 관련 별도 용역을 맡겼다. 건영기술단이 분석한 결과 시공사 요청액은 토목·조경·건축 분야 총합 약 256억원이었다. 건영기술단은 이중 약 77억원을 감액한 약 179억원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

둔촌주공 입주위협 '고무줄 공사비' 수십억 왔다갔다…"다주는 게 맞아?"
조합은 지난 17일 '111차 대의원회'에 추가 공사비 안건으로 △동남공영 132억7000만원 △중앙건설 49억1000만원 △장원조경 27억6000만원 등 총 209억4000만원을 원안 상정했다. 조합은 당시 대의원들의 가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임의로 공사비를 36억원 깎아 총 173억4000만원을 인상하는 수정안건을 제시했지만 결국 이 안건은 부결됐다.



조합이 임의대로 사업비 수십억원을 조정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합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조합 감사는 "정비기반공공시설공사 설계변경·추가공사 증액요청금액은 시공사의 단순 견적금액으로 간접비 요구에도 일관성이나 근거가 없다"며 "계약서 특약사항에 물가변동으로 인한 증액을 하지 않기로 돼있는데, 물가변동 상승분 39억4500만원 증액이 반영돼 있다"고 지적했다.

기부채납분인 공공청사, 문화복지시설 공사비 추가계약 예상액이 앞서 열린 '110차 대의원회'에 자료에서는 43억84000만원인데, '111차 대의원회' 자료에서는 63억8400만원으로 20억원 추가 증액된 점도 지적했다. 감사는 "공사가 마무리 단계인데 추가공사내용을 소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액 삭감 의견을 낸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의원회 부결 이후 시공사들이 '벼랑 끝 전술'을 쓰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공사가 중단되자 조합원과 입주예정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강동구청은 현재 상태로는 준공승인과 입주가 어려울 수 있다고 조합에 설명했다. 조합은 시공사들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주는 선택을 했다. 준공승인과 입주가 늦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이다.


결국 추가 공사비는 더 늘게 됐다. 준공이 늦어진데 따른 간접비용 등 요구조건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조합은 시공사들을 달래면서 111차 대의원회 원안(209억4000만원)대로 총회에서 가결시키고 가결 후에 빨리 추가공사비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승환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장은 공사재개 합의 후 조합원들에게 "건설물가상승은 동남공영과 장원조경과 계약 이후 2022년 4월 공사중단으로 인해 착공이 1년 미뤄졌고 그 사이 건설물가가 대폭 상승하게 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조합장은 "조합은 건설물가보다 낮은 소비자 물가와의 평균값을 제안해 대의원회에 상정했지만 대의원회 반대로 수정안건까지 만들어 제시했지만 부결됐다"며 "시공사들은 ESC를 반영하지 않으면 절대 공사재개를 하지 않겠다고 완강한 태도였다"고 했다. 앞서 현대건설 (28,050원 ▼300 -1.06%) 등 올림픽파크포레온 시공사업단도 2022년 공사중단 이후 3900억원 규모 ESC 반영을 요구해 조합이 이를 받아들인 바 있다.



조합은 추가공사비의 50%를 다음달 25일 총회 후 10일 이내, 나머지 50%는 1개월 이내 50%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 안건은 총회를 통과해야 한다.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과 시공사들이 공사계약 내용을 무시하고 조합원들에게 총회 안건 찬성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반발한다.

한 조합원은 "계약서대로만 했으면 공사중단도 없고 주민들이 불안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며 "일방적인 통보문같은 합의서에는 조정내용도 없고 오히려 공사비가 더 올라버렸는데, 이는 공사비 책정에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둔촌주공 입주위협 '고무줄 공사비' 수십억 왔다갔다…"다주는 게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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