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업계에 따른 최근 비(非)바이오 기업 출신 대표가 이끄는 바이오벤처들의 행보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기존 전문성을 살려 현재 회사의 주력 사업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 전문경영인(CEO)으로서 다른 산업으로 직을 옮긴 것과 차별화된다.
내년 하반기 국내 상장을 목표 중인 스카이랩스는 내년 제품군을 가정용으로 넓히는 것은 물론, 해외 진출을 통해 본격적인 영역 확장을 노리고 있다. 카트비피는 이 대표가 삼성 재직 시절 습득한 5G와 신호 처리 기술을 생체 신호로 바꿔 적용한 것이 시작점이 됐다.
에스알파테라퓨틱스는 다양한 인재들의 시너지를 기반으로 지난 3월 일본 로토제약에 소아근시 파이프라인 'SAT-001'을 기술이전에 성공했다. 국산 DTx의 첫 해외 기술수출 사례다. 기존 DTx가 인지 행동 교정을 기반으로 치료 효과를 기대하는 것과 달리 말초신경계까지 영역을 확장한 개념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인공지능(AI) 진단 보조 기업 루닛에서 독립한 루닛케어는 네이버와 라인 등에서 사용자 중심 서비스를 주도하던 박은수 대표가 이끌고 있다. 웰니스 솔루션 기업을 표방하는 루닛케어는 엄밀히는 바이오벤처로 분류되진 않지만, 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주력한다는 점에서 헬스케어와 뗄 수 없는 사업을 영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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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닛케어는 기본적인 항암 정보 제공을 비롯해 환자 식단관리와 치료비 계산기, 병원 예약 등 치료 외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의료진과 전문가를 통해 검증된 정보를 제공하는 회사는 연말 전문적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선 서비스 제공은 물론, 간병인 서비스 연계 등 기업 연계 소비자 거래 서비스(B2B2C) 기업으로의 도약을 예고한 상태다.
신약 개발이 주를 이뤘던 기존 바이오벤처 대표들은 대학 등에서 연구를 수행 중 직접 창업하거나, 대형 제약사 등을 거쳐 회사를 설립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특히 대형 제약사 재직 경험은 이미 구축된 인프라와 자본력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창업 이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1세대 바이오벤처로 분류되는 알테오젠과 리가켐바이오, 펩트론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연세대 생화학과 동문이기도 한 3사 대표(박순재, 김용주, 최호일)는 모두 초기 LG화학 제약사업부에서 근무하며 신약과 바이오 플랫폼 개발 노하우를 축적한 인물들이다.
박순재 대표는 첫 직장인 LG화학에서 연구원 생활을 한 뒤 한화케미컬 개발본부장, 바이넥스 대표 등을 역임한 후 알테오젠을 창업했고, 김용주 대표 역시 20년 이상 LG화학에서 신약 개발을 주도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으로 사회 첫 발을 뗀 최호일 대표 역시 펩트론 설립 직전까지 LG화학에서 근무했다.
이밖에 이중항체 전문개발사 에이비엘바이오 대표와 희귀난치성 신약개발사 티움바이오 김훈택 대표는 각각 한화케미칼과 SK케미칼에서 제약·바이오 사업을 이끌었던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김훈택 대표의 경우 R&D센터장 재직 시절 역량을 인정받아 SK케미칼로부터 2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선순환 모델의 모범 사례를 구축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바이오벤처 사업 영역이 점차 확대 중인 만큼 각 사 대표와 구성원들 전문 분야 다양화 역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다양해진 바이오벤처 사업 영역은 단순히 부족한 매출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부수적으로 행하는 것이 아닌 초기부터 특화 노력이 뒤따른 결과"라며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산업의 융·복합화 움직임이 거세진 만큼, 보다 다양한 형태의 바이오 기업이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