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해도 괜찮아"…중국, 국유 벤처캐피탈로 투자활성화 나선다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2024.10.2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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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민간 벤처캐피탈의 투자가 쪼그라들자 중국이 국유 벤처캐피탈의 육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벤처캐피탈의 중심인 선전시는 2026년까지 1조위안(약 193조원)급 정부 투자펀드군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선전/사진=블룸버그중국 선전/사진=블룸버그


25일 중국 제일재경은 전날 선전시가 '벤처캐피탈의 고품질 발전 촉진을 위한 선전 행동 방안(2024-2026)'(이하 '행동방안')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행동방안'은 2026년까지 △1조위안급의 정부 투자펀드군 △1000억위안(약 19조원)급 '20+8' 산업펀드군 △100억위안(약 1조9300억원)급 모태펀드와 자펀드군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행동방안'이 처음으로 제시한 '대담한 자본(벤처캐피탈)'이라는 개념도 중국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보수적인 경향이 강한 국유 벤처캐피탈업계가 손실 위험을 무릅쓰게 하겠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제시했다.

'행동방안'은 '인내심 있는 자본' '대담한 자본'을 육성해, 선전시의 '20+8' 전략적 신흥산업과 미래 산업 육성에 투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담한 자본'으로 하여금 벤처캐피탈 업계를 이끌고 △더 빨리 △더 적은 금액으로 △최첨단 기술에 투자해서 선전의 '20+8' 산업군에 대한 투자펀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20+8' 산업은 차세대 IT기술, 그린에너지, 바이오, 첨단장비, 신재료 등을 포함하고 있다.



결국 국유 벤처캐피탈의 손실 위험을 용인함으로써 정책 자금의 '지렛대 효과'를 최대화해서 벤처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다.

업계 전문가들도 '대담한 자본' 육성은 벤처투자에서 국유 자본의 손실을 용인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국유 자본은 '자산 보존'과 '자산 증대'라는 엄격한 평가 기준에 따라 수익이 안정적인 대형 플래그십 펀드나 후기 스타트업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칭커(?科)에 따르면 2023년 중국 선전의 벤처캐피탈 투자 건수는 약 150건, 총 투자액은 약 100억위안(약 1조9300억원)으로 2년 연속 감소하면서 201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경기 둔화와 자금조달 어려움 및 미중 경쟁 격화로 인한 미국 자본의 투자심리 악화가 주요 원인이다. 이번 행동방안은 중국 창업 생태계에서 말라가는 벤처투자를 반등시키기 위해 국유 벤처캐피탈이 총대를 메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중국 국신증권의 왕카이 애널리스트는 "현재 벤처캐피탈 규모는 제한적으로, 주로 성숙한 기술기업에 집중돼 있어 스타트업이나 초기단계 기술 기업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며 기술 혁신형 중소기업은 인내심 있는 자본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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