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판사 선거제 사법개혁'에 대한 전임 대통령의 통렬한 비판 [PADO]

머니투데이 김동규 PADO 편집장 2024.10.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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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얼마 전 멕시코의 시장 한 명이 시날로아 카르텔 소행으로 보이는 공격을 받아 취임 6일만에 사망했습니다. 참수당한 상태였습니다. 43세의 이 시장은 마약 카르텔에 맞서 싸우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시장에 당선되었지만, 카르텔은 그를 살려두지 않았습니다. 더 문제는 멕시코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 최근 취임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시장 살해 사건과 관련해 강경대응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오브라도르 전임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국가재건운동(MORENA)의 "총알이 아닌 포용"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멕시코는 주로 펜타닐을 생산해 미국에 밀반입하는 마약 카르텔이 북부 지역을 장악하고 있고, 중앙정부는 수도 멕시코시티를 포함한 남부 지역을 통치하고 있습니다. 과거 70여년간 일당독재를 해온 제도혁명당의 마지막 대통령인 에르네스토 세디요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사법부와 선거관리기관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멕시코의 고질적인 후견제도 즉 지역유지와 지역민이 표를 사고팔면서 이권으로 엉켜있는 상태를 고치려고 했습니다. 세디요 전 대통령 자신은 그러한 개혁이 어느 정도 성공했고, 그 성공에 따라 제도혁명당의 일당독재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포퓰리스트인 오브라도르는 자신의 국가재건운동을 새로운 제도혁명당으로 만들어 일당독재 체제를 만들려고 하며, 이를 위해 다시 사법부와 선거관리기관을 행정부와 집권당의 하수인으로 만들려고 헌법과 법률을 '개악'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멕시코는 과연 어디로 갈까요? 엄청난 부와 군사력을 갖춘 멕시코 카르텔을 과연 중앙정부가 통제하는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첫 여성 대통령 셰인바움은 사실 오브라도르의 '꼭두각시'에 불과할까요? 아니면 자신의 독자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까요? 이 9월 23일자 노에마 기사는 현재 진행중인 법관 직선제를 포함한 헌법 '개악'이 가져올 멕시코의 위기에 대해 개탄하는 세디요 전 대통령의 연설을 옮겨적은 것입니다. 미국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멕시코를 알아야 하고 멕시코를 이해하려면 미국을 알아야 합니다. 좀 딱딱하고 긴 글이지만 멕시코가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글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신임 대통령의 취임식 모습. /사진=로이터/뉴스1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신임 대통령의 취임식 모습. /사진=로이터/뉴스1


최근 멕시코 의회는 일련의 헌법 개혁안을 가결했다. 주의회 대부분이 비준한 이 개혁안은 사법부를 붕괴시킨 다음 이를 통해 멕시코 민주주의와 연방공화국의 유약한 법치를 모두 묻어버리게 될 것이다.

이 만행의 가해자들은 내가 1994년 대통령이 되어 실행한 개혁의 동기와 내용, 결과를 왜곡했다.



내가 재임 중 처음으로 한 중대 결정은 멕시코 사법부의 독립성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개헌에 착수하는 것이었다. 이 개혁은 공정선거 보장을 위한 개혁과 마찬가지로, 멕시코가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 건설에 실패했기 때문에 국민들의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진보를 향한 요구가 충족되지 않고 있다는 나의 확신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멕시코 권력자들은 방향을 틀어 최근 수십년 동안 진정한 민주주의의 토대로 세운 사법 및 선거기관의 독립성을 뒤엎어버렸다.



지금까지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파악하려면 우리가 멕시코의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매우 오랫동안 힘겹게 투쟁해 왔으나, 그렇게 얻은 성과가 권력에 굶주린 자들의 변덕에 휘둘려 해체되어버린 역사적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향한 멕시코의 긴 여정
1910년대 멕시코 혁명전쟁 시기가 지난 후, 멕시코는 라틴아메리카를 비롯한 세계의 다른 여러 국가와 달리 제한적이었지만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다당제 선거를 통해 행정 및 입법 권력이 주기적으로 교체되었다.

멕시코 헌법에는 민주주의가 우리의 정치체제로 명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공식적, 비공식적 규칙 때문에 내가 몸담았던 제도혁명당 외의 정당들은 오랫동안 실질적으로 이 정기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없었다. 전국 차원의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행정부와 입법부룰 선출하는 선거에 하나의 당이 계속 승리하고 다음 선거를 준비하고 실시하는 역할까지 했다. 그래도 황금률이 하나 있었는데, 대통령 임기가 6년 단임제로 제한되었기 때문에 제도혁명당 당수의 재선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확실히 일당통치의 정치적 안정성 덕분에 수십년 동안 상당한 경제적, 사회적 발전이 이루어졌고, 중요하고 유용한 제도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 대가 역시 컸다. 정부의 권력이 아무런 견제 없이, 불균형하게, 자의적으로 행사된 것이다.

의회가 행정부의 조치를 감시하거나 견제하지 못했고, 행정부를 무조건 지지하는 것이 의회의 역할로 여겨졌다. 특히 중대한 위기의 시기에 권력의 남용을 허용하여 심각한 경제 위기와 정치적 퇴행을 초래한 그릇된 정책을 낳았다.



요약하면, 1917년 헌법 조항들과 달리 멕시코의 정치체계는 민주주의가 오랜 기간 온전히 작동하기 위한 기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멕시코에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없었다. 의회와 사법부의 충분한 견제와 균형이 없었기에 정부가 법적, 정치적으로 일절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자의적이면서 정도에서 벗어나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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