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와 2024 KBO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홈런을 터뜨린 이성규(왼쪽부터), 김영웅, 김헌곤, 박병호. /사진=김진경 대기자
KIA 타이거즈 이범호(43) 감독은 한국시리즈 3차전 시작 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홈런이 잘 나오는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어떻게 대처할지를 묻는 취재진의 말에 나온 대답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보통 야구 경기에서 솔로포는 웬만한 한두 점 차 박빙의 투수전이 아닌 이상 승패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경기 흐름과 분위기를 생각했을 때 솔로 홈런보단 연속된 안타가 선수단의 사기에 영향을 미친다.
올 시즌 삼성이 대표적인 팀이었다. 삼성은 올해 팀 홈런 185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아치를 그린 팀이었다. 좌측과 좌중간 담장이 짧은 홈구장의 이점을 살려 33홈런 115타점의 구자욱을 필두로 20홈런 이상 친 타자만 4명이 나왔다. 시즌 중 이적한 박병호(38)가 삼성 이적 후 20홈런을 때렸고, 불혹에 가까워진 강민호(39)가 19홈런, 어린 유격수 이재현(21)조차 14홈런을 칠 정도로 거포 군단으로서 이미지를 확실히 굳혔다. 연패로 팀 분위기가 침체할 때마다 홈에서 기세를 살려(홈 승률 리그 2위·0.562) 결국 KIA에 이은 정규시즌을 2위로 마감했다.
'2024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삼성-KIA전이 2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삼성 박병호가 7회초 무사에서 김헌곤에 이어 우중월 1점 홈런(백투백)을 날리고 홈인한 후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좌완인 KIA 선발 투수 에릭 라우어를 저격해 선발 배치한 우타자 이성규가 강렬한 솔로포 한 방으로 분위기를 띄웠고, 좌타자 김영웅은 상성도 극복하며 이어갔다. 7회 터진 김헌곤-박병호의 백투백 홈런은 2연패로 침체한 삼성의 분위기까지 끌어올리는 한 방이었다. 특히 LG와 플레이오프 동안 장타, 타점 하나 없이 타율 0.231(13타수 3안타)에 그치고 한국시리즈 2경기에선 9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던 박병호까지 살아난 건 KIA에 뼈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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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 감독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경기 전 이 감독은 "솔로포를 맞는 것은 문제가 없다. 주자를 모아놓고 홈런을 맞지만 않는다면 문제없다. 우리도 여기서 많이 (홈런) 쳤다. 장타가 계속 나오는 것은 또 아니다. 홈런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대해 대비도 했다. KIA 선발 투수 라우어는 미숙한 변화구인 체인지업을 아예 던지지 않았고, 실투 하나면 쉽게 장타가 나올 수 있는 슬라이더와 커브의 사용을 최소한으로 했다. 이날 71구 중 포심 패스트볼(37구)과 커터(28구)의 비중이 91.5%에 달했다. 그 작전은 성공을 거둬 라우어는 5이닝 동안 5피안타(2피홈런) 무사사구 8탈삼진 2실점으로 실점을 최소화했다.
'2024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삼성-KIA전이 2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삼성 선발 레예스가 7회초 2사에서 KIA 김태군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후 포효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이날 역시 7이닝 5피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0자책) 역투로 삼성을 승리로 이끌었다. 경기 후 삼성의 안방마님 강민호는 "레예스가 확실히 큰 경기에서 잘 던지는 것 같다"며 "광주에서 안 좋은 분위기로 넘어왔지만, 홈에서는 우리의 기세가 더 강하다고 느껴왔다. 확실히 홈에서 하니까 우리 선수들이 플레이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는 오판이었던 셈이다. 더욱이 한 점 승부로 경기가 갈릴 때가 많은 가을야구다. 솔로 홈런이 대세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통념은 가을야구, 특히 올해의 삼성에는 예외가 됐다. 삼성은 정규시즌 다승왕이자 이번 가을 2경기 평균자책점 0.77로 가을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24)을 4차전 선발로 내세워 기세를 이어가고자 한다. 1차전에서도 5이닝 무실점으로 막혔던 KIA로서는 다득점이 쉽지 않은 상황. KIA가 기세가 오른 삼성 타선을 어떻게 억제하고 원태인을 공략해 홈으로 향할지 대처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