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윤/ 사진=마름모
가수들 이름 옆에 언급된 시간은 이들이 가장 최근에 낸 정규 앨범의 총재생 시간이다. 절대적이진 않으나 보통 30분 안팎의 재생 시간에 따라 앨범 유형을 가름한다. 특히 가수들이 앨범 앞에 정규를 붙일 때의 공통된 마음은 ‘진심’과 ‘증명’이 뚜렷할 때다. 때문에 가수들이 정규를 낼 때 밝히는 소감은 “내(팀)게 특별한 앨범”이라는 말을 많이 하곤 한다.
이승윤/ 사진=마름모
이승윤은 ‘역성’의 앨범 소개글을 편지처럼 직접 써내려갔다. 그는 말했다. “음악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믿지 않습니다. 음악을 듣는 이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은 믿고 싶습니다”라고. 또 “조금은 직설적인 앨범을 내봅니다. 해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결국 이 앨범은 여러분의 것입니다”라고. 그리고 “감히 욕심을 부리자면 이 앨범이 각자의 크고 작은 역경들 속 역성의 용기가 필요한 순간에 역성을 들어줄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라며 청자의 편이 되어 ‘역성’을 든다.
삶은 때때로 고단하다. 상사에게 깨지고, 친구·연인과 싸웠을 때 오직 자신을 위한 누군가의 역성이 간절할 때가 있다. 이승윤의 ‘역성’은 이러한 감정을 관통하며 ‘절대적인 내 편’ 같은 위로의 음률을 들려준다. 방황하는 이를 위해 “길이 없는 우주에도 궤도는 있어. 진리 없는 삶 속의 궤도를 난 진짜 다 돌아 버릴 거”(‘인투로’)라며 길라잡이를, 쓰러지기 직전의 이에게 “울음을 들키고 싶은 마음아. 내가 노래할 때 함부로 여기 쏟아져 흔들리렴. 숨겨야 할 마음들이 너무도 많아서. 가끔 우린 스스로도 속잖아. 나는 부를게 여기서 네가 들키고 싶은 만큼”(‘들키고 싶은 마음에게’)이라며 자신의 노래를 쉼터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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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사진=마름모
앨범명과 동명의 타이틀곡 ‘역성’은 빛나는 순간들을 휘두르다 버린 시대와 세상에 대한 역성의 마음가짐을 담았다. “처박혀버린 얼, 처박힌 이름, 처박힌 리듬, 짓밟힌 넋, 소리를 잃었던 리듬, 도리를 잃었던 이름을 내놔. 되찾겠어 그 모든 걸”이라는, 얼과 넋 그리고 도리 같은 낭만적인 과거의 단어를 끄집어내 강렬한 파동으로 음률을 전개한다. 숨 막힐 정도로 빼곡하고 풍부하게 들어찬 사운드는 열락을 선물한다.
이승윤은 ‘역성’으로 청자의 역성을 들어주면서, 동시에 미더운 가락으로 그의 역성을 들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