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은 '질문'하는 곳[우보세]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2024.10.28 05:01
글자크기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국회 종합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상임위 복도가 답변을 준비하는 피감기관 관계자들로 붐비고 있다. 2024.10.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국회 종합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상임위 복도가 답변을 준비하는 피감기관 관계자들로 붐비고 있다. 2024.10.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국정감사 질의는 취재 기사를 만드는 과정과 많은 부분에서 비슷하다. 평소 의원실의 관심사 또는 제보 받은 내용 가운데 주제를 정한다. 피감기관에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한다. 국감장에서 당사자인 기관 증인에게 질문한다. 그리고 대중에 알리고 공론화한다. 막강한 자료제출 요구 권한이 국회의원에게 있다는 점을 빼면 정부와 공공기관을 견제하려는 목적 등에서 취재와 일치한다. 소속 기관의 오점을 숨기고 싶은 기관 증인과 그를 파고 들어야 하는 국회의원의 밀고 당기기도 취재 현장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취재와 마찬가지로 국감의 핵심도 '질문'이다. 당사자에게 질문하는 과정을 통해 이전까지 수집한 사실관계를 재확인하고 문제점을 시인 혹은 반박하도록 해야한다. 문제제기와 해명, 반론이 수차례 반복되는 과정에서 결과물이 나온다. 국감이든 취재기사든 '질 높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선 '질문'을 잘 해야한다.



질문을 잘 한다는 것은 단순히 '적극성'이나 '빈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알고 있는 것과 말할 수 있는 것, 내가 알아야 할 것을 파악하고 간결하되 명확하게 물어야 한다고 한다. 때론 대답을 막아야 할 때도 내용을 바탕으로 해야하지 질문자의 권위나 질문의 양으로 밀어붙여선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질문은 평소 취재대상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 철저한 사전 취재에서 나온다고 한다.

22대 국회 첫 국감에서 좋은 질문과 결과물이 나왔느냐고 묻는다면 듣기 좋은 답변을 하기 어렵다.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이번 국정감사에 'D-' 학점을 줬다. 낙제점 'F'를 겨우 면한 점수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은 상임위원회 구분없이 국감장을 채웠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송통신위원회의 파행 운영 등 정쟁거리가 국감을 채웠다. 질문의 형식을 띄고만 있을뿐 의원의 일방적 주장인 경우가 허다했다.



같은 질문이 반복되고 고성과 윽박으로 증인의 입을 틀어막는 의원들이 수도 없이 많다. 국회 입성 전 몸 담았던 분야에서도 깊이가 보이지 않는 비례대표와 기승전결 없이 모든 게 "정부 탓"이라고만 우기는 일부 의원에겐 10분이 채 안되는 질의 시간마저 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좋은 질문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를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대답을 전제로 하지 않는 질문은 언제나 미완성일수밖에 없다. 짧은 시간이 아쉽더라도, 지적하고 싶은 사항이 산더미라도 피감기관 증인의 대답이 없다면 '질의'라고 보기 어렵다. 정부의 시정 약속까진 아니라도 최소한 사실 관계에 대한 인정은 나와야 제대로 된 질의가 아닐까.

그나마 이번 국감이 낙제점을 면한 것은 들을 준비를 하고 날카로운 질의를 던진 몇몇 의원들, 피감기관의 수긍과 정치적 상대방의 공감까지 이끌어 낸 몇몇 의원들 덕분이다. 국감에서 의원들의 활약도를 평가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의 스코어보드에서도 이런 이들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내년에도 돌아올 국감에선 한층 업그레이드된 질문과 국민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대답이 나오길 기대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