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기재부의 식민통치" 野 의원 지적에...차관 "전혀 동의 못 해"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2024.10.2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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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0.25. kch0523@newsis.com /사진=권창회[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0.25. [email protected] /사진=권창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예산편성의 자유가 없다며 고용노동부가 기획재정부의 식민통치와 다름없는 환경에 놓여있다고 지적하자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이 "전혀 동의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김 차관을 옹호하는 여당 의원들과 박 의원의 편에 선 야당 의원들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박홍배 의원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진행된 환노위 고용노동부 종합감사에서 "기재부의 식민통치로 인해 (고용노동부가) 예산편성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받는단 내부 우려가 있다"며 "(고용노동부) 예산을 총괄하는 정책기획관 자리에 기재부에서 파견된 국장이 앉아 있다. 기재부 시각에서 고용노동부 예산을 재단하면서 다양한 부작용 또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실제 두 기관이 인사 교류를 할 때 유사 계급 간 인사 교류가 일반적인데 기재부는 고용노동부에 올려서(급을 높여) 보낸다"며 "타 부처의 모범을 보여야 하는 기재부가 힘없는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갑지를 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1905년 일제가 대한제국 외교권을 박탈한 것과 유사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민석 환경부 차관은 이와 관련해 "각 실·국 나름의 역할이 있는데 (기재부 출신의) 국장 한 사람이 앉아있다고 해서 식민통치다. 또는 휘둘란다는 (박 의원의) 지적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강하게 항변했다. 다소 격앙된 김 차관의 반응에 박 의원도 "불균형한 인사직급에 대한 의원실 질의에 고용부가 '불균형을 해소하겠다'고 답변한 것은 무엇이냐"고 따져 묻는 등 두 사람 사이의 논쟁이 벌어졌다.



두 사람의 논쟁은 여야의 기 싸움으로 이어졌다. 박홍배 의원의 질의가 끝난 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같은 당 소속 안호영 환노위원장에 "김민석 차관의 답변이 적절한지 굉장히 의문이다. 감사위원인 국회의원이 질의하는 데 대거리하듯 반문하고 (지적된 내용에 대해) 전혀 아니라는 식으로 굉장히 공격적으로 답변하고 있다"며 "재발하지 않도록 위원장이 바로잡아달라"고 요청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부처에 모욕적인 발언이 나왔는데 (차관이) 그 정도 방어는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개인적으로 봤을 때 (더욱더 강하게 항변했어야 하는데) 약한 방어였다"고 반박했다. 임 의원은 "(박홍배 의원이 처음) 식민통치를 언급했을 때 곧바로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해 이 부분에 대해 지적하려고 했으나 (김 차관이 이같이 답해) 넘어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선 민주당 의원은 김 차관을 향해 "저희가 말하는 게 개인 자격으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지 않나. 일각의 의견이라도 국민의 의견인데 또 얼마든지 지적할 수 있는 부분 아니냐"고 타일렀다. 박해철 민주당 의원도 "이런 것 하나하나가 고용노동부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다독였다.


안호영 환노위원장은 "저도 차관의 발언에서 이용우 의원의 지적과 같은 부분을 느꼈다"며 "박홍배 의원의 발언이 고용노동정책을 애쓰는 부처 공무원들 입장에서 봤을 때 자존심이 상당히 상할 수 있는 얘기였기 때문에 김 차관이 다소 감정적으로 대응한 게 아닌가 싶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박 의원 역시 본질을 강조하려던 것이지 폄훼하려는 취지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김태선 의원의 지적처럼 이해해주고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김 차관은 "박홍배 의원과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고 (박 의원이) 우리 고용노동부에 많은 관심을 보이신다는 점 알고 있는데 다만 저 역시 특정 워딩(식민통치) 부분에 대해 말씀을 드렸던 것"이라며 "(반응이 과했다면) 이해해달라"고 말하며 소동이 일단락됐다.



김 차관은 고용노동부를 대표한 증인으로 이날 종합감사에 출석했다. 환노위는 지난 10일 야당 의원들 주도로 열린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일제강점기 관련 역사관 문제로 논란을 빚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퇴장시키고 국정감사 증인 명단에서 제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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