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사망 두달 후 또 와르르…커피믹스로 버틴 광부들 '기적 생환'[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차유채 기자 2024.10.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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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10일 만인 2022년 11월 4일 오후 11시 3분쯤 무사히 구조돼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뉴스1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10일 만인 2022년 11월 4일 오후 11시 3분쯤 무사히 구조돼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뉴스1


2022년 10월 26일 오후 6시쯤, 경북 봉화의 한 아연 채굴 광산에서 토사 약 900톤이 지하 46m 지점으로 쏟아지며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광부들이 고립됐다.

당시 고립된 광부 2명을 포함해 7명의 광부가 작업하고 있었다. 사고 2시간 뒤 2명은 자력으로 탈출했고, 3명은 업체 측에서 3시간여 만에 구조했다.



이후 무려 열흘간 고립됐던 나머지 두 광부는 매몰 221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들을 살린 건 작업할 때 가져간 커피믹스와 떨어지는 물방울이었다. 그야말로 '봉화의 기적'이었다.

두 달 만에 또 무너진 봉화 광산
2022년 11월 3일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매몰사고 현장에서 광산 관계자들이 목표지점까지 시추작업이 완료된 구멍으로 갱도 내부 내시경 수색을 시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2022년 11월 3일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매몰사고 현장에서 광산 관계자들이 목표지점까지 시추작업이 완료된 구멍으로 갱도 내부 내시경 수색을 시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2년 10월 26일 봉화 광산 붕괴 사고 약 두 달 전인 같은 해 8월 29일, 봉화군 재산면 소재 광산에 쌓아놓은 광석이 무너지면서 지하 40~50m 아래 갱도에서 일하던 광부 10명 중 2명이 추락해 매몰됐다.

광부 2명 중 한 명은 발목에 경상을 입은 채 가까스로 탈출했으나, 다른 한 명은 사고 발생 6시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8명은 무사히 대피해 다친 곳은 없었다.

그리고 약 두 달 뒤, 같은 업체가 같은 광산에서 갱도 내 매몰 사고를 일으켰다. 광부 7명이 갱도에서 작업하다 제1수직갱도 하부 46m 지점에서 갑자기 뻘(토사)이 갱도 아래 수직으로 쏟아지면서 매몰된 것.


5명은 자력으로 탈출하거나 업체 측의 자체구조대가 구했으나 작업반장 박모씨(62)와 보조작업 박모씨(56) 등 2명은 지하 갱도에 갇혀 고립됐다.

진입로 확보 난항…커피믹스·물방울로 버텼다
2022년 11월 3일 오전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 현장에서 한국광해광업공단과 산업통상자원부 동부광산안전사무소, 군, 소방 등 구조반 관계자들이 천공기를 이용해 확보한 지하 170m 지점에 내시경을 넣어 고립 작업자들의 생존 신호를 확인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 사진=뉴스12022년 11월 3일 오전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 현장에서 한국광해광업공단과 산업통상자원부 동부광산안전사무소, 군, 소방 등 구조반 관계자들이 천공기를 이용해 확보한 지하 170m 지점에 내시경을 넣어 고립 작업자들의 생존 신호를 확인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 사진=뉴스1


소방 당국은 사고가 발생한 제1갱도와 연결된 제2갱도를 통해 갇힌 두 사람을 구조하기로 했다.

제2갱도 지하 140m까지 내려간 뒤 수평으로 진입로를 뚫는 작업과 동시에 매몰 장소로 예상되는 지점을 수직으로 뚫고 내려가는 작업을 진행했고, 빠른 구조를 위해 발파 작업도 진행했다.

두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인력 130여명과 장비 30여대가 동원됐으나 갱도 내 쌓인 암석과 토석이 많아 진입로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갱도 아래 고립된 두 사람은 커피믹스와 물방울로 버티며 구조를 기다렸다. 이들은 주변에 있던 비닐, 젖은 나무, 톱, 산소용접기 등을 주워서 방풍막을 치고 모닥불을 피워 추위를 버텼다. 다행히 환기가 가능해 산소는 충분한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이들이 가지고 갔던 물 10ℓ와 커피믹스 30봉지가 큰 역할을 했다. 두 사람은 커피믹스를 물에 타 나눠 마시며 밥처럼 먹었고, 먹을 것이 바닥난 뒤에는 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마셨다.

발파 소리도 이들에게 희망을 안겼다. 두 사람은 자신들을 구하려는 외부의 시도를 알고 난 뒤 구출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견뎌냈다. 또 갇힌 인원이 혼자가 아니라 둘이었기에 서로 의지할 수 있어서 심리적으로 많이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립 10일째, 포기하려던 순간 극적 구조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10일 만인 2022년 11월 4일 오후 11시 3분쯤 무사히 구조돼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뉴스1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10일 만인 2022년 11월 4일 오후 11시 3분쯤 무사히 구조돼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뉴스1
고립 10일째였던 2022년 11월 4일, 두 사람의 헤드 랜턴 배터리가 바닥났다.

"이제 희망이 없다"고 절망감을 느끼며 포기하려던 순간, "발파" 소리와 함께 극적으로 구조가 이뤄졌다. 사고 발생 221시간 만이었다.



두 사람은 두 발로 걸어 갱도 밖으로 나왔다. 오랜 시간 지하에 갇혀있었기에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 눈을 가린 것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병원으로 이송된 두 사람은 탈진과 환각, 환시 등 공황장애 증상을 보였으나 집중 치료를 받으며 빠르게 회복했다.

뒤늦은 신고 왜? "자체 구조 가능하다 판단"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10일 만인 2022년 11월 4일 오후 11시3분쯤 무사히 구조되고 있다. /사진=뉴스1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10일 만인 2022년 11월 4일 오후 11시3분쯤 무사히 구조되고 있다. /사진=뉴스1
사고는 10월 26일 발생했으나 소방 당국은 이튿날인 10월 27일에야 신고를 접수했다.



이는 당시 업체 측이 자체적으로 구조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구조 활동을 벌이느라 사고 발생 14시간 후 119에 신고했기 때문이었다. 업체 측은 고립된 작업자 가족에게도 뒤늦게 통보했다.

자칫 '골든타임'을 놓쳐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컸었던 만큼, 경찰은 원청업체 대표 A씨와 하청업체 대표 B씨 등 5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 검찰에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동부광산안전사무소는 A씨 등 5명에게 광산안전법 위반 혐의를 적용, 대구노동청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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