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뉴시스] 김종택 기자 =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2024.07.25. [email protected] /사진=김종택
HBM 경쟁력, '2등'이 오히려 도움됐다?반도체 업계는 SK하이닉스의 HBM 사업 성공 비결로 '꾸준함'을 꼽는다. 삼성전자가 2019년 수요 부진을 이유로 HBM 개발 조직을 크게 줄였지만 SK하이닉스는 묵묵히 개발을 이어갔다. 그 결과 △2019년 세계 최초 HBM2E(3세대) 개발 △2021년 세계 최초 HBM3(4세대) 개발 △2022년 HBM 시장점유율 50% 달성 △2023년 HBM3E(5세대) 개발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
2등이란 위치가 고객사·협력사와 '끈끈한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해 고객사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는 것. SK하이닉스의 HBM 사업 성공을 가능케 한 엔비디아·TSMC와의 강력한 동맹도 이런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얘기다. 또 HBM 생산 이전 시기에 수행한 '다품종 소량 생산' 경험도 기술 경쟁력 제고, 고객사와 신뢰 관계 형성에 큰 힘이 됐을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이천=뉴스1) 김영운 기자 =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앞에 직원들이 걸어가고 있다. 2024.7.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이천=뉴스1) 김영운 기자
성과급·복지제도 개선도 조직에 긍정적 기운을 불어 넣었다. 복수의 전직 SK하이닉스 직원은 2020~2021년 있었던 이른바 '성과급 논란' 이후 복지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이런 영향으로 직원 만족도가 높아졌고 '인재가 모이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초 전년 실적에 대한 성과급 지급 계획을 공지했는데 직원들이 "경쟁사 대비 지나치게 적다"고 반발하며 논란이 확산했다. 이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급여를 반납을 약속하고 성과급 제도 등을 개선하며 갈등이 봉합됐다.
한 SK하이닉스 직원은 "관료주의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지만 그래도 비교적 좋은 조직 문화를 키워온 것 같다"며 "HBM 사업 성공으로 붙은 '1등'이란 수식어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지금은 전반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자신감을 키워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