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와 웨어러블 로봇을 넘나드는 워크온슈트 F1의 디자인은 박현준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가 맡았다. /사진=KAIST
24일 대전 대덕구 엔젤로보틱스 선행연구소(플래닛대전)에서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슈트F1'을 착용한 김승환 KAIST(카이스트) 연구원은 이처럼 소감을 밝혔다. 몇 해 전 사고로 하반신이 완전마비된 그는 마치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할 것만 같은 슈트를 입고 국제 대회인 '사이배슬론(Cybathlon)'에 한국을 대표해 출전한다. 이 대회는 장애인이 웨어러블 로봇 등의 생체공학 보조 장치 도움을 받아 각종 미션을 수행하는 국제대회다.
대전에 위치한 국내 사이배슬론 경기장 (엔젤로보틱스 아시아허브) /사진=KAIST
워크온슈트F1의 가장 큰 특징은 선수가 타인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슈트를 착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 연구원이 휠체어에 앉으면, 워크온슈트F1이 마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처럼 김 연구원을 찾아 조금씩 걸어온다. 김 연구원이 할 일은 제 위치를 찾아온 워크온슈트F1에 두 발을 넣는 것(도킹) 뿐이다.
워크온슈트F1를 착용한 김 연구원은 처음엔 크러치(목발)를 짚은 채 걸음을 뗐다. 이어 사이배슬론의 미션 중 하나인 '기차 객실'을 수행했다. 기차 객실 칸처럼 좁은 좌석 의자에 들어가 앉을 수 있는 능력을 선보이는 미션이다. 의자를 움직이지 않고도 좁은 의자 사이로 들어가 체중을 전부 실어 완전히 앉는 게 목표다. 김 연구원은 느리지만 차분히 좁은 좌석 사이로 들어가더니 안정적으로 착석했다. 그리고 목발을 잡은 양손을 공중으로 들었다. 이를 숨죽여 지켜보던 취재진과 연구팀 사이에서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사이배슬론 경기를 앞두고 연구팀은 최종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경기는 오는 27일 스위스 현지와 각국 경기장에서 생중계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국팀은 대전 대덕구 경기시설에서 온라인으로 참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