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선 여야 모두 '한반도 안보 위기'에 공감했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 문제라는 내부적 위협에 더해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러시아와 북한 간 불법 군사협력 증대 등 외부 위협이 실질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초급·중견간부 처우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군의 복지 증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허영·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방부가 중점 추진하는 '병사 급식비 문제'를 지적했다. 현재 1인당 1만3000원(끼니당 4333원)인 병사 급식단가를 내년 1만5000원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취지다. 이 과정에서 기획재정부가 "잘 먹어야 전투력도 생긴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를 묵살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오른쪽)이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뉴스1
황희 민주당 의원의 '해공군 고급인력의 봉급 파격 인상' 제안도 군 내부에서 호평을 받았다. 황 의원은 최근 5년간 해군 조종사 113명을 각각 수억원 들여 양성했는데 59명이 전역했다며 손실이 약 1000억원에 달한다고 했다. 전역한 59명에게 연봉 5000만원씩 올려주면 이보다 적은 600억원만 든다며 국가적으로 400억원 이득이라고 주장했다. 공군에도 조종사 유출 문제를 거론하며 같은 해법을 제안해 관심을 받았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의 취재력도 돋보였다. 유 의원은 국감 질의 대다수를 직접 자료를 분석하거나 단독 입수한 자료를 기반으로 다양한 정책 질의를 펼쳤다. 대표적 질의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파괴된 북한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해 군 당국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불능화를 선언한 자료다. 민주당은 국감 시기에 이를 발표했다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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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육군에서 운용하는 60㎜·81㎜ 박격포를 드론으로 점진 전환해야 한다는 질의가 눈길을 끌었다. 안 의원이 관련 제안을 하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현재 화기 중대와 중화기 중대를 가칭 '드론봇(드론·로봇) 중대'로 재편하는 안을 공개했다. 같은당 허영 의원은 군의 부실한 난청 진료체계, 공군 부대 인근 주민 소음 피해 등 소외된 곳까지 아우르는 질문을 펼쳤다.
이번 국감에선 여야가 모처럼 서로를 칭찬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강선영 의원이 비(非) 육사 출신도 소·중령 때 합동참모본부에 근무할 수 있는 내규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박선원·김병주·추미애 민주당 의원 등이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인천 강화군 지역 주민 A씨가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남북 접경지역에서 우리나라를 향한 북한의 방송 소음으로 아이들 피해가 극심하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는 모습. 이 주민은 박선원·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선호 국방부 차관의 부축을 받고 자리를 이동했다. / 사진=국회방송
강화 지역 주민 A씨는 "저는 1학년 딸이랑 3학년 남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라면서 "(대남) 방송 소음으로 인해 저희 일상은 정말 무너졌다. 우선 아이들이 바깥에서 놀지를 못하고 딸아이 아들내미 모두 잠을 못자고 힘들어한다"고 했다. A씨는 무릎을 꿇고 "도와달라" "맨날 잘하겠다는 말씀만 해주시고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으니깐 엄마 입장에서"라며 눈물을 흘리면서 대중의 공감을 받았다.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의제도 다수 있었다. 야당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공관 공사 등을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초대 대통령경호처장으로 졸속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국감 기간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GP 불능화 부실 검증'에 대한 야당의 반발 등이 있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따른 한국군 참관단 파견 필요성 등에 대한 이견도 나타났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에게 보낸 메시지가 카메라에 포착됐다. / 사진=이데일리
한 의원은 최근 신 실장에게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을 타격해 대북(對北) 심리전 소재로 활용해야 한다'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국방위 종합 국감 마지막날 포착됐다. 올해 마지막 국감의 끝이 보였으나 이날 5시40분쯤 정회했고 저녁 9시2분쯤 속개했으나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불참하며 '반쪽 감사'로 진행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정회 이후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의 신(新) 북풍 몰이를 규탄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북풍 몰이란 북한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여론을 전환하는 전략을 뜻한다. 20%대인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을 위해 현 정부가 북한의 러시아 파병 소식 등을 알렸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곧바로 '민주당 국방위원들은 소설쓰지 마시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민의힘은 "김정은 정권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 못하는 민주당 국방위원들이 국회의원 개인의 텔레그램 대화를 정치적으로 악마화하고 있다"며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국감 스코어보드의 평가 기준은 △정책 전문성 △이슈 파이팅 △국감 준비도 △독창성 △국감 매너 등이다. 상임위별 이슈·현안 관련 전문성과 발언의 적절성, 고성·욕설·막말 여부, 성실성 등을 따진다. 이날 스코어보드는 이번 국감 기간 활약을 종합적으로 분석·판단한 결과로, 마지막날 여야 충돌로 여당만 추가 재보충 질의를 진행하면서 만점(5점) 없이 마무리됐다.
북한군 특수부대로 추정되는 병력의 열병식 모습. /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