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력'의 귀환…"전쟁, 준비할수록 안 한다"

머니투데이 김상희 기자, 최성근 전문위원 2024.10.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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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미국 해군 와스프급 강습상륙함 '복서함'(LHD-4·4만1000t급·가운데)이 9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경항공모함으로 불리는 이 함정은 길이 257m, 폭 31.8m, 승조원 1200명 규모다. 이 함정은 수직이착륙 F-35B 전투기를 20여 대를 탑재할 수 있으며, 2000여 명의 전투병력과 전차, 장갑차 100여 대를 수용할 수 있다. 2024.08.09. yulnetphoto@newsis.com /사진=하경민[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미국 해군 와스프급 강습상륙함 '복서함'(LHD-4·4만1000t급·가운데)이 9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경항공모함으로 불리는 이 함정은 길이 257m, 폭 31.8m, 승조원 1200명 규모다. 이 함정은 수직이착륙 F-35B 전투기를 20여 대를 탑재할 수 있으며, 2000여 명의 전투병력과 전차, 장갑차 100여 대를 수용할 수 있다. 2024.08.09. [email protected] /사진=하경민


최근 전쟁은 과거 냉전이나 테러와의 전쟁과 달리 '총력전(국가가 가용한 모든 수단들을 총동원하여 싸우는 전쟁)' 양상을 띠는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마라 칼린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는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을 통해 "오늘날 세계 안보 환경은 냉전 종식 이래 가장 복잡하다. 복잡해진 양상의 총력전을 피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총력전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과거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 간 갈등은 일부 지역의 대리전을 제외하면 핵 억지력(상대의 반격이 두려워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는 힘)으로 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냉전 이후 테러 조직, 반군 등을 상대로 한 테러와의 전쟁이 주를 이루면서 주요 국가들 간 전쟁은 잠재적인 시나리오가 됐다. 따라서 테러와의 전쟁 이후 미국의 안보전략에서도 억지력 개념은 거의 무시됐다. 알카에다나 IS와 같은 테러단체를 상대하는 방법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잠재적 시나리오로 여겨지던 주요 국가 간 전쟁이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날 전쟁은 복잡성과 연속성을 띠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과 NATO(북대서양 조약 기구)가 우크라이나에 재정 및 군사물자를 제공했고, 중국, 이란,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는 등 지정학이 재편되는 모습을 보인다. 중동에서도 하마스의 테러 공격이 초래한 가자지구 전쟁이 헤즈볼라, 후티반군 등과 연계된 지역 분쟁으로 확대됐다.

전쟁 양상에서도 첨단 기술과 전통적 공격 방법이 혼재해 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선 로봇개가 지상을 순찰하고 드론이 적군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중에 러시아의 핵무기 위협이 지속된다. 중동에선 미사일과 로켓을 막아내는 첨단 방공 시스템이 구축된 이스라엘을 향해 오토바이를 탄 무장 테러조직이 공격을 가했다.


전쟁에 참여하는 구성원도 달라졌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선 여러 비국가 조직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에선 와그너 그룹이라는 용병 조직과 수만 명의 죄수 부대까지 파견되고 있다. 이처럼 최근의 전쟁은 정규군은 물론 다양한 비국가 조직들까지 상대해야 한다.

이에 따라 미국의 외교정책과 안보전략에서 억지력은 갈등의 에스컬레이션(상황에 따라 군사력 행사의 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관리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가 됐다. 실제로 지난 4월 미국과 동맹국들은 정교한 방공망으로 수백 기의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한 이란의 군사적 목표를 좌절시켰다. 또 바이든 정부는 푸틴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50%라는 평가를 공개하면서 핵무기 사용 시 돌이킬 수 없는 대참사가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해 핵위기를 막을 수 있었다.



칼린 교수는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분명해진 것은 전쟁의 성격과 범위가 극적으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전쟁 주체들은 방대한 자원을 사용하고, 사회를 동원한다. 다른 국가적 활동보다 전쟁을 우선시하며, 다양한 목표물을 공격하고, 자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의 경제까지 재편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세계가 목격하고 있는 전쟁은 과거 이론가들이 불렀던 '총력전'과 유사하다"고 짚었다.

억지력이 다시 중요해지면서 안보 파트너들과의 협력 체계도 더 중요해졌다. 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끊임없이 안보 질서를 훼손하고 있는데 이를 억지하기 위해 미국은 필리핀 군사기지 확보, 주일 해병대와 육군 역량 강화, 한반도 인근 핵잠수함과 전략 폭격기 순환배치 등을 통해 전략 자산을 지속적으로 분산 배치하고 있다. 또 한일 관계를 진전시켜 한미일 안보협력을 구축하는 한편 호주, 영국을 결합한 안보협력체인 'AUKUS'를 창설하고, 아시아, 중동, 유럽, 서반구의 약 30개국이 참가하는 합동군사훈련인 '림팩 2024'를 주도했다.

칼린 교수는 "오늘날 사회 전체의 현상이 된 총력전을 이해하는 것은 인도·태평양에서의 우발적 사태에 대비하는데 필수적이며 이 지역에서 군사 태세를 강화하고 다양화할 필요성을 부여해 준다. 오늘날의 대규모 전쟁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미래의 더 큰 전쟁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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