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올해 국감 스타는 '체코 원전'?

머니투데이 안재용 기자 2024.10.25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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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지난 21일 수출입은행 등을 대상으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의 최대 이슈는 단연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이었다. 국정감사 첫 질의에서 상임위원장을 제외한 25명의 의원 중 1~2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의원들이 체코 원전 사업을 언급했다.

체코 원전 수출은 수주액만 24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대규모 수출 프로젝트가 때론 속 빈 강정이었던 일이 없지 않았던 만큼 국회의원들이 해당 사업의 채산성과 금융지원 여부 등에 대해 꼼꼼히 따져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그 집중도가 과했다는 점이다. 수은은 수출입과 해외투자, 해외자원개발 등에 필요한 금융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에서 체코 원전 이외에 지적할 문제가 없었을 리 없다. 체코 원전 문제가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90% 넘는 질의가 해당 이슈에 집중되는 게 정상적이라 보긴 어렵다.

게다가 이날 국감은 한국조폐공사, 한국투자공사, 한국재정정보원, 한국원산지정보원, 한국통계정보원 등도 대상이었으나 이들은 거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질의도 비슷한 내용의 반복이었다. 야당은 정부가 금융지원을 약속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했고, 수출입은행은 약속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의향서(Letter of Interest, LOI) 등이 어떤 의미인지를 놓고 논쟁이 반복됐다.

본질적 논의가 없었다는 점도 아쉬웠다. '금융지원을 약속했는지' 여부만 캐물었을 뿐 '금융지원이 필요인지' 등 정말 중요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 의원들이 채산성에 대해 물었지만 이날의 주요 관심사는 아니었다.

21대 국회 막바지인 올초 국회 기재위는 수은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늘리는 내용의 수은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한 바 있다. 통상 인프라, 방산 등 대형 수출 프로젝트에는 수출국에서 구매국에 정책 금융·보증·보험을 지원하는 것이 관례인데 자주포 등의 폴란드 수출을 앞두고 그 한도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폴란드를 체코로, 자주포를 원전으로 바꾸면 사실 유사한 문제로 보인다. 21대 국회에서 국익을 위해 여야가 손을 잡았던 것과 같은 지혜를 22대 국회에서도 발휘하길 기대한다.
안재용 기자 /사진=머니투데이안재용 기자 /사진=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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