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김지영 디자인기자
SK하이닉스가 확고부동한 1위에 올라선 것은 선제적인 투자와 AI 시장의 개화, 최대 경쟁자의 실기가 맞물린 영향이다. 삼성전자는 HBM을 상용화한 제품인 HBM2를 가장 먼저 양산하고도 시장이 커지지 않을 것으로 오판하고, 2019년 HBM 개발팀을 해체하는 등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 사이 SK하이닉스는 조 단위 투자를 통해 HBM2E, HBM3에서 앞섰다.
파운드리(위탁 생산) 1위 TSMC도 SK하이닉스의 든든한 우군이다. SK하이닉스는 TSMC와 내년 출시 목표로 6세대 HBM4를 개발중인데, TSMC는 HBM 전담팀을 꾸리고 초기 단계에서부터 수율과 성능 개선에 매달릴 정도로 열정적이다. TSMC 내부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HBM4 이후 세대에도 설계부터 개발, 패키징(후공정 )까지 SK하이닉스와 협력한다는 것은 사실상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웨이저자 TSMC 회장이 지난 6월 대만 타이페이 TSMC 본사에서 회동하는 모습. / 사진 = SK그룹 제공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우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M7(매그니피센트7)이 모두 SK하이닉스에 커스텀 HBM 관련 요청을 넣었고,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인 '블랙웰'도 4분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연내 퀄 테스트 통과가 불투명하고, 마이크론은 양산 능력 문제로 공급 물량이 제한적이다.
HBM4부터 커스텀(고객사 맞춤형) 제품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M7의 주문이 예상을 웃돌 것이라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레거시 D램보다 웨이퍼 투입량이 3배 이상 많고, 적층 과정이 복잡한 HBM 특성상 비용이 최대 3~4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검증된 기업이 아니고서는 HBM 주문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는 엔비디아의 내년 HBM 점유율을 70% 이상으로 전망하며 공급사가 원하는 자격을 충족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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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일반 메모리와 다르게 HBM은 고객사의 주문이 들어온 다음에 생산하기 때문에,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를 틀어쥐고 있는 SK하이닉스가 계속 실적이 개선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엔비디아가 내년도 HBM 물량도 몰아준다면 관련 매출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