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당 살리고 가공유로 체질개선…남양유업 '경영 정상화' 박차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2024.10.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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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당 제품사진./사진=백미당백미당 제품사진./사진=백미당
남양유업이 경영 정상화를 위한 '사업 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60년 오너(소유주) 체제'를 마무리한 남양유업의 당면 과제는 영업적자 탈출과 연 매출 1조원 회복이다. 남양유업이 실적 개선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외식 사업부문의 정리 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디저트 브랜드 '백미당'은 살아 남았다. 기존 우유 사업은 가공유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자회사 백미당아이앤씨(I&C)에 백미당 영업권을 넘기기로 했다.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판매하는 백미당은 기존에 남양유업의 사업부 형태로 있었으나 이번 결정으로 별도 법인으로 분리된다. 양수 방식은 현물 출자 형태이며 양수 가액은 141억9300만원이다. 법원의 현물 출자 인가 여부에 따라 양수 시기는 변동 될 수 있다. 양수 예정일은 오는 12월 31일이다.



백미당이 남양유업과 분리 되면서 얻는 이득은 크게 두 가지다. 지난 9월 설립된 백미당아이앤씨는 독자적으로 백미당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백미당은 남양유업의 다른 외식사업과 함께 정리 대상에 포함됐으나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고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 충성도(로얄티)가 높다는 점에서 육성 브랜드로 전환됐다. 급변화하는 국내 디저트 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백미당은 현재 전국에 50여개 매장이 있다.

또 다른 이득은 남양유업의 부정적인 브랜드 이미지와 분리 될 수 있단 점이다. 남양유업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대리점에 떠넘기는 이른바 '밀어내기' 논란, 코로나19(COVID-19) 억제 효능이 있다는 불가리스 과장광고 사태 등으로 비도덕적 기업이란 낙인이 찍혔다. 회사 매각 과정도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으면서 소송전을 치렀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체재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일각에선 백미당의 별도 법인 분리에 대해 엑시트(투자 회수)를 위한 포석이란 분석도 있다. 남양유업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는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홍 전 회장과 3년 간의 법정 공방을 벌였다. 업계에선 사모펀드의 투자 회수 기간을 통상 5년으로 보는데, 소송으로 2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브랜드는 별도로 매각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앤코는 남양유업의 실적 회복과 이미지 개선을 중심으로 한 경영 정상화를 추진 중이다. 남양유업은 2019년 이후 영업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연매출액도 1조원을 밑돈다. 올해도 영업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양유업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478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5% 줄고, 영업 적자는 234억원으로 같은 기간 11억원 늘었다.

남양유업은 수익성이 결핍 된 외식사업을 정리하는 한편 우유사업 에선 가공유 중심의 사업 구조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외식사업부를 해체했으며 백미당 이외에 이탈리아 레스토랑 '일치프리아니'와 '오스테리아 스테쏘', 철판요리 전문점 '철그릴' 등은 올 연말까지 폐점한다는 계획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백미당 분리를 포함해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우유·음료 사업 구조도 손질에 들어갔다. 남양유업의 현재 매출 비중은 우유류가 50%, 분유류 20% 정도인데 사업성이 높은 단백질 음료 등 가공유 중심으로 체질을 바꾼다는 계획이다. 남양유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단백질 음료 시장에서 '테이크핏'을 출시하고,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경쟁업체와 비교해 뒤늦게 단백질 음료 시장에 뛰어든 만큼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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