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뺏어오면 뭐해"···퇴직연금 이전 앞두고 기대+불안 공존 증권가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24.10.2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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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역별 퇴직연금 적립금 및 비중/그래픽=김다나금융권역별 퇴직연금 적립금 및 비중/그래픽=김다나


퇴직연금을 현금화하지 않고 포트폴리오 그대로 이전할수 있는 현물이전 시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 모두 제도 안착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증권업계는 수익률을 내세워 기존 강자인 은행 고객을 대거 유치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동시에 우려도 제기된다. 자본시장 큰 손인 국민연금공단(NPS)에 퇴직연금 사업자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이 다시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막대한 자금과 영향력을 갖춘 NPS의 진출은 기존 퇴직연금 시장을 통째로 흔들 수 있어 전 금융업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당국·업계 주 1회 이상 미팅…31일 시작 후 연착륙 위해 안간힘
24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사업자들과 금융감독원은 최근 일주일에 한 번 대면 미팅 등을 진행하며 퇴직연금 현물이전 시뮬레이션을 강도높게 진행 중이다.

퇴직연금 현물이전은 오는 31일 본격 시행된다. 일주일 앞으로 제도 시행이 다가온만큼 당국과 업계 모두 연착륙을 위한 노력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 현물이전은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이전할 때 기존 포트폴리오 그대로 옮길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현재는 현금화된 퇴직연금만 이전할 수 있어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가입자의 선택폭이 넓어지는 만큼 금융권의 퇴직연금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지난 15일 시행으로 예고됐었다. 은행을 중심으로 일부 사업자들이 시스템 미비 이유를 들며 참여가 어렵다는 의견을 당국에 지속적으로 전달했고 금융당국이 받아들였다. 최대한 많은 사업자들이 참여해야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다만, 소비자들과의 약속이 있었던 만큼 이달은 넘기지 않기로 했다. 일부 시스템이 완성이 안된 곳들은 내년 상반기 안에 참여할 예정이다.

NPS 퇴직연금 진출설 다시 '꿈틀'…"상장사 경영활동에도 부담"
2023년 퇴직연금 금융권역별 수익률/그래픽=김현정2023년 퇴직연금 금융권역별 수익률/그래픽=김현정
퇴직연금 현물이전 시행을 바라보는 각 업권별 시각은 천차만별이다. 지난해말 기준 약 400조원의 적립금 중 은행이 약 200조원으로 절대 강자다. 증권사 포함 금융투자업계가 약 87조원, 생명보험업계가 약 78조원이다.


그러나 수익률은 같은기간 금융투자업계가 7.11%로 가장 앞선다. 은행이 4.87%, 생보업계가 4.37%에 불과하다. 퇴직연금 현물이전이 시작되면 증권업계의 공세와 은행들의 수성이라는 '2파전'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을 중심으로 시스템 미비 등의 이유를 들어 현물이전 시행을 연기해 달라는 요청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익률과 퇴직연금 상품 라인업이 증권업계 대비 약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고 증권업계가 향후 퇴직연금 시장을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퇴직연금 시장에 NPS가 참여할 가능성이 최근 다시 제기된다.

지난 8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연금 개혁안 발표 당시 해당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빠지면서 수면 아래로 논의가 가라앉은바 있다. 최근 다시 정부를 중심으로 제도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는 퇴직연금 현물이전에 시행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막대한 자금과 영향력을 갖춘 NPS의 진출이 시장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 적립금은 2050년이 되면 최대 16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연기금이 퇴직연금 적립금까지 흡수할 경우 주요 상장사들의 경영활동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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