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버블 커지는 단계일까 vs 터지기 직전일까[오미주]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4.10.2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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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미국의 국채수익률 상승세가 지속되며 미국 증시는 23일(현지시간) 기술주 위주로 하락했다. 하지만 국채수익률 상승에 따른 증시 조정은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최근 6개월간 S&P500지수 추이/그래픽=이지혜최근 6개월간 S&P500지수 추이/그래픽=이지혜


모간스탠리 투자관리의 미국 주식 담당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앤드류 슬리몬은 마켓워치와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 증시는 정말 잘 달려왔다"며 "(오는 11월5일) 미국 대선을 치르고 나면 아마도 랠리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0년물 국채수익률 상승에 따라 미국 증시 랠리가 일시적으로 멈출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기업들의 올 3분기 실적이 "고무적"이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채수익률 상승이나 기업 실적 호조세 모두 강력한 경제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증시 강세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S&P500지수는 지난해 24% 급등한 후 올들어 현재까지 21.5% 상승했다. 이날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4.24%로 지난 7월25일 이후 3개월만에 최고치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지난해 10월19일 고점인 4.99%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며 지난 2년간 미국 증시는 국채수익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데도 강세를 지속했다.



데이터트랙 리서치의 공동 설립자인 니콜라스 콜래스도 이날 보고서에서 "최근 10년물 국채수익률이 오르고 있지만 우리는 미국 대형주에 대해 낙관론을 견지한다"며 "예상보다 높은 경제 성장세부터 대선 결과에 대한 전망까지 (국채수익률 상승에 대해) 다양한 설명이 가능하지만 우리는 경제가 여전히 견고하고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가 향후 수분기 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신호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1962년 이후 10년물 국채수익률이 평균 5.8%로 현재 4.2%보다 크게 높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증시 멜트 업의 조건
이런 가운데 펀드스트랫의 톰 리와 함께 지난 2년간 미국 증시의 강력한 랠리를 정확히 예측해온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는 이날 마켓워치 기고문을 통해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계속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S&P500지수의 향후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을 기준으로 한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예상 EPS보다 더 빠르게 올라가며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 심화될 때 S&P500지수가 멜트 업(melt up)하게 된다고 밝혔다. 멜트 업이란 증시가 예상 이상으로 가파르게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또 증시가 버블일 때 투자자들은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기 위해 기업들의 이익 성장세에 대해서는 매우 높은 기대치를 갖는 반면 증시의 리스크 요인들은 매우 낮게 평가한다. 이러한 가정은 비합리적일 수 있기 때문에 버블은 언젠가 터지며 증시 급락을 초래하게 된다.



S&P500지수 정보기술 섹터 PER 추이/그래픽=김다나S&P500지수 정보기술 섹터 PER 추이/그래픽=김다나
S&P500 PER, 2년간 43% 상승
중요한 것은 미국 증시가 현재 버블이 커지는 멜트 업 단계인지, 버블이 터지는 수준에 도달했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야데니는 이와 관련, 미국 증시가 멜트 업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밝혔다.

S&P500지수의 선행 PER은 이번 강세장이 시작된 2022년 10월12일 이후 2022년 10월18일 15.3배에서 최근 21.9배로 43% 높아졌다. 같은 기간 S&P500 기업의 향후 12개월 예상 EPS는 13.9% 증가했다. 증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며 예상 EPS보다 선행 PER이 더 빠르게 올라간 것이다.



반면 투자자들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대선을 앞둔 불확실성은 무시하며 증시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기 위해 시장의 리스크를 과소 평가하고 있다.

IT업종 PER, 닷컴 버블 때 절반 수준
그렇다면 미국 증시의 버블은 터질 만한 수준에 도달한 것일까. 현재 S&P500지수의 선행 PER은 이전 두번의 경기 순환적 고점인 2021년 1월의 22.6배와 1999년 7월의 25.5배에 근접해가고 있다.

현재 S&P500지수의 높은 PER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이 속해 있는 S&P500 정보기술(IT) 섹터의 선행 PER이 28.9배로 상당히 높은 탓이 크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현재 S&P500 정보기술 섹터의 선행 PER은 2000년 3월 닷컴 버블 때의 55.5배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은, 절반 수준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IT 시총 비중, 닷컴 버블 수준이지만
반면 현재 S&P500 정보기술 섹터가 S&P500지수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2%로 1999~2000년 닷컴 버블 당시 최고치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다른 점은 S&P500 정보기술 섹터가 S&P500지수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24.2%로 18.0% 미만이었던 닷컴 버블 때에 비해 높다는 것이다.



야데니는 현재 S&P500 정보기술 섹터의 순이익이 1990년대 말에 비해 훨씬 더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다르다고 지적했다.

미국 증시, 강세 이어갈 듯
그는 미국 경제가 계속 성장하면서 S&P500 기업들의 순이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밸류에이션이 높은 미국 증시에 위협이 되는 것은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가 아니라 중동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대선 전후의 정치적 불확실성이라고 진단했다.

결론적으로 증시 방향성에 가장 중요한 실적 성장세가 유효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증시는 강세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야데니는 S&P500지수의 올해 말 전망치 5800과 내년 말 전망치 6300을 유지했다.



S&P500지수의 이날 종가는 5797.42였다. S&P500지수는 이미 5800을 넘어섰다가 최근 조정을 받으며 소폭 후퇴했다.

한편, 24일 개장 전에는 방산업체인 하니웰과 국제 특송회사인 UPS, 항공사인 아메리칸 항공과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실적을 발표한다.

경제지표로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와 지난 9월 신규 주택 판매건수가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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