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쿠팡플레이
tvN의 ‘SNL 코리아’ 소개 글은 “42년 전통의 미국 코미디쇼 'SNL(Saturday Night Live)'의 한국판 프로그램”이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9개 시즌을 방송했고, 고경표·김슬기·권혁수·정상훈·정이랑·김민교 등이 이때 이름을 알렸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SNL 코리아’는 ‘개그콘서트’와 ‘웃찾사’의 빈자리를 대신하며 대한민국 ‘웃음 1번지’ 역할을 했고, 지상파에서 하지 못한 과감한 소재까지 끌어다 더 폭넓은 코미디 쇼를 보여줬다. 하지만 모든 프로그램엔 ‘한때’라는 흐름이 존재하고, 이들의 웃음도 점차 희미해지면서 TV 채널과 작별을 고했다.
사진=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화면
‘따라 하기’는 tvN 시절부터 보장된 ‘SNL 코리아’의 재미였고, 크루원들은 정치풍자 외에도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밈’이나 ‘짤’ 그리고 화제의 인물을 따라 하며 사회풍자도 했다. 그러나 이 따라 하기는 프로그램 소개 글대로 ‘풍자’의 영역이어야 웃길 수 있다. 그러나 지금 ‘SNL 코리아’의 재현은 문자 그대로 무언가를 따라 하는 것이다. ‘나는 솔로’의 일반인 출연자를 희화화하며 따라 하고, 르세라핌을 수많은 악플에 시달리게 했던 코첼라 무대를 따라 했다. 이들은 최근까지도 국감에 출석한 뉴진스 하니나,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를 따라 했다. 물론 무언가를 잘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웃길 때가 있다. tvN 시절 정상훈이 중국인을 따라 한 “양꼬치에 칭따오”나, 이수지의 연변 사투리처럼.
사진=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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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쿠팡플레이의 ‘SNL 코리아’는 “과감한 풍자”를 프로그램의 가치로 삼는다. 풍자가 핵심이기에, 이들이 따라 하는 대상은 '잘못'이라는 전제로 비판과 놀림을 받을 수밖에 없다. 풍자의 가치는, 사회적 강자에 놓여 있는 이들의 문제점을 전면에 드러내 그들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다. 약자나 아픈 이를 우스꽝스럽게 따라 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풍자가 아닌 괴롭힘에 가깝다. 풍자가 대상의 번지수를 잘못 찾았을 때, 풍자라는 이름 아래 실제로는 약자의 특성이 비하될 우려도 있다.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따라 하느냐가 중요해진 ‘SNL 코리아’의 일부 코미디는 의미도 재미도 없는 실패한 풍자다. 심지어 남이 보기에도 불쾌한데 말이다. 시대의 흐름을 따르지 못한 코미디가 어떻게 되는지 이미 보여준 프로그램도, 심지어 이미 ‘SNL 코리아’도 겪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