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공개매수 일지/그래픽=이지혜
23일 재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최 회장측 공개매수는 이날 유가증권시장 정규장 마감인 오후 3시 30분에 종료됐다. 공개매수 가격은 89만원이었다. 이 가격에 고려아연은 발행주식 총수의 최대 17.5%를 자사주로 사들였으며 공동매수자인 베인캐피탈은 최대 2.5%를 매수했다. 공개매수의 구체적 결과는 추후 결제일 무렵 공시될 전망이다.
양측 모두 공개매수를 통해 전략적으로 얻고자 했던 바를 얻지 못한 셈이다. 7% 이상의 지분을 취득해 의결권 지분율 과반을 넘기려 했던 MBK·영풍의 계획은 무산됐다. 최 회장측은 높은 공개매수 가격으로 MBK·영풍의 공개매수 청약률을 최소화해 지분율 격차를 벌리려했지만 이 역시 수포로 돌아갔다. 어느쪽도 확실한 승기를 잡지 못한 36%대 38% 구도가 양측 공개매수가 남긴 결과물이다.
이를 위한 양측 핵심 승부처 중 하나는 장내매수다. 의결권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기에 조금이라도 많은 지분을 사둬야 한다. 2차 '쩐의 전쟁'이 예고된 셈이다.
장내매수 경쟁 규모는 이날 종료된 최 회장측 공개매수 청약률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고려아연 유통 주식물량은 17% 수준인데 최 회장측 공개매수 청약률이 낮을수록 잔여 유통물량 규모는 늘어나게 되고 쩐의 전쟁 규모 역시 커진다. 반대로 최 회장측이 공개매수를 통해 물량 거의 대부분을 빨아들이면 양측 모두 장내매수 경쟁을 벌일 공간이 줄어든다. 이 경우 장내매수보단 백기사 포섭이 핵심 전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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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의중은 양측 통제범위 밖에 있는 핵심 변수다. 7%대 고려아연 지분을 들고있는 것으로 추정된 국민연금이 손을 들어주는 쪽이 지금처럼 박빙의 지분율 구도에선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일단 국민연금은 지난 5년간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발의된 안건 거의 대부분에 찬성했다. 지금까진 현 경영진인 최 회장측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다만 국민연금의 고려아연 지분 보유 목적이 '단순 투자'이기 때문에 중립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고려아연이 신탁계약을 통해 매입한 자사주 2.4%의 활용 여부와 시점도 관건이다. 기존 자사주를 우군에게 넘기면 의결권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최 회장측으로선 '조커'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여론이 집중된 초유의 경영권 분쟁인 만큼 이에 응해줄 우군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금융당국의 조사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날 고려아연은 부정거래와 시세조정 혐의로 MBK·영풍 측을 조사해 달라는 진정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재계 관계자는 "양측 모두 공개매수가 주요 전장일 때완 달리 장내매수와 백기사 확보 등 다각도에서 각축전을 벌일 전망"이라며 "공개매수 이후 힘싸움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