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서 필드로 나온 골프 전문가, 해외에서 미래 찾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4.10.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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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환 한케이골프 대표 인터뷰]

김준환 한케이골프 대표./사진=지영호 기자김준환 한케이골프 대표./사진=지영호 기자


"올해 실적 공시가 나오면 골프장을 비롯한 국내 골프 관련 기업의 밸류에이션에 큰 변화가 생길 겁니다. 대규모 구조조정 없이는 생존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김준환(52) 한케이골프 대표는 지난 23일 머니투데이와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19로 호황을 지낸 국내 골프산업에 침체기가 도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골프존 CFO(최고재무책임자)로 골프산업에 발을 들인 후 COO(최고운영책임자)와 골프존카운티 대표, 골프존뉴딘홀딩스 대표 등을 지냈다. 지난해 8월부터 해외골프회원권 판매 국내 1위 한케이골프의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최근 골프 플랫폼 스마트스코어의 과금 실패와 유통사업 철수,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카카오VX 매각 등 굵직한 이슈가 연이어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 "수익성이 낮은 영역으로 확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익률 중심으로 사업을 재조정하고 시장 트랜드의 변화에 맞는 시장 선점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증권맨 출신인 김 대표가 골프산업에 발을 딛게 된 계기는 2011년 골프존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에 근무하면서다. 홍콩에서 영업이사로 일하면서 골프존이 해외자본을 유치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를 인연으로 2013년 골프존 CFO로 영입됐다. 그는 곧바로 엔터테인먼트(골프존), 부동산(골프존카운티), 유통(골프존유통) 등으로 사업회사를 분화시켜 각자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고 현재의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주도했다.



이후 골프장 운영회사인 골프존카운티 대표로 자리를 옮겨 건설·코스설계·감리 등 적자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골프장 운영만 남겨 이듬해 흑자전환을 시켰다. 그러면서 운영 골프장을 5개에서 20개까지 늘리며 규모를 키웠다. 그는 2017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로부터 1조원 투자를 약속받고 자본잠식 위기에 놓인 골프장을 차례로 인수했다. MBK는 그해 일본 내 170개 골프장을 운영하는 '아코디아 골프'를 인수하며 골프장에 큰손으로 거듭난 시기다.

김 대표는 "양사가 각각 1조원씩 2조원을 조달해 골프장 25개를 사들이고 위탁운영 20개를 유치해 모두 50개까지 확장할 계획이었다"며 "당시 국내 민간 골프장이 250개 정도여서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19로 골프장 가치가 급등하면서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스크린에서 필드로 나온 골프 전문가, 해외에서 미래 찾는 이유는
김 대표가 해외골프 사업에 눈을 돌린 것은 골프존이 독·과점 사업자라는 이유로 국회와 시민단체로부터 공세가 거세지면서다. 그는 2017년 지주사 대표를 거쳐 이듬해 미국으로 건너가 골프존 해외사업을 주도하면서 세계적인 골프 교습가 레드베터가 운영하는 '레드베터 아카데미' 인수를 주도했다.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려면 이너서클(영향력 집단)에 진입해야 하는데 레드베터 아카데미를 통해서라면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이후 그는 골프존의 테일러메이드 인수전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뒤 2023년 한케이골프로 둥지를 옮겼다.


그는 "미국의 스크린골프는 라운드 과금을 매기는 한국과 달리 F&B(식음료)와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넣은 시간단위 과금체계로 문화가 굳어졌다"며 "그러다보니 정교한 골프 시뮬레이터보다 과거 버전이더라도 가격이 싼 시뮬레이터가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주목하는 회사는 미국의 '파이브 아이언 골프(Five Iron Golf)다. 식음과 주류를 겸비한 엔터테인먼트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는데 토너먼트같은 경쟁요소까지 넣어 미국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스크린골프 브랜드다. 미국을 넘어 싱가포르 등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다. 그는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맥길로이가 손잡고 내년부터 시작하는 스크린골프 리그 TGL에 측정장비 회사 '풀스윙'이 참여한 것에 대해서도 스크린골프 문화를 탄생시킨 한국이 글로벌로 성장할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봤다.



그는 한케이골프에서 해외골프 플랫폼 개발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누적 4만6000명 회원과 연 1000~1500건의 해외골프회원권 거래, 지난해 기준 2만2000명의 해외골프여행 데이터가 근간이다. 해외골프 회원권 거래를 비롯해 해외골프 여행 맞춤상품 판매 등이 플랫폼에 얹혀질 예정이다. 한케이골프가 판매하는 해외골프 회원권은 해당 골프장에서 보증하는 회원권으로 부도 위험이 없고 제한적 거래가 가능하다.

김 대표는 "예컨대 20년짜리 회원권을 5년 사용하다가 갑자기 몸이 아파 매각하려고 해도 시세를 모르거나 판매 루트가 없어 방치하는 사례가 있다"며 "또 모르는 사람과 동반하는 여행사 상품에 불편을 느끼는 골프인들이 모두 우리의 고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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