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 후속 어떻게…차별금지·제조사 장려금 여야 입장차

머니투데이 성시호 기자 2024.10.2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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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나란히 발의
현행 차별금지조항 존치 놓고 시각차
제조사 단말장려금 보고 여부 '정반대'

/그래픽=이지혜/그래픽=이지혜


단말기유통법(이하 단통법) 폐지론이 정치권 화두로 재부상한 가운데, 여야가 후속법안을 발의하면서 가입자 차별금지와 제조사 장려금 자료제출을 놓고 정반대 입장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전기통신사업법(이하 전신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상임위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에 이어 22대 국회 두 번째로 제출한 단통법 폐지 후속법안이다.



단통법은 이동통신 단말기 지원금에 대한 의무공시·상한액뿐만 아니라 추가지원금·차별금지·요금할인(선택약정 등) 등 단말 유통 전반에 대한 규정을 포함한다. 여야 법안 2건은 단통법을 통째 폐지할 때 사라질 규정들을 선별해 전신법으로 옮긴다는 내용이다.

지원금 상한선 규정은 2017년 9월 일몰됐다. 이 때문에 현재 발생하는 지원금 하향평준화의 주범으로 소비자가 지목하는 대상은 지원금 의무공시와 하위규정들이다. 유통점(대리점·판매점)이 제공하는 추가 단말기 할인액수를 공시지원금의 최대 15%로 제한한 '추가지원금' 상한규정이 대표적인데, 단통법 폐지의 핵심인 이 규정들은 여야 모두 전신법 개정안에서 배제해 이견이 덜한 편이다. 여야는 유통점 재량으로 계약조건을 제시할 수 없도록 막는 '개별계약 체결제한' 규정도 철폐하기로 했다.



다만 여야 입장차는 '차별금지(지원금의 차별지급 금지)' 조항에서 발생한다. 이통사가 가입유형(번호이동·신규·기기변경), 이통 요금제, 이용자의 거주지역·나이·신체조건 등으로 지원금을 차등 지급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이다. 야당은 정보취약계층 보호가 필요하다며 이 내용을 전신법 개정안에 그대로 옮겼는데, 여당은 이통사의 자율성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조항 전체를 제외했다. 고령자 등의 정보소외현상은 별도 법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여당 측 시각이다.

이동통신사가 단말 판매량·출고가·매출액·지원금·판매장려금 등을 정부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단통법의 '자료제출 및 보관' 규정도 여야의 논쟁거리다. 여기서 쟁점은 '이통사가 제출자료를 작성할 때 단말 제조사로부터 받은 장려금 규모를 노출하지 말라'는 단서다. 여당은 현행 조항을 그대로 전신법 개정안에 반영했지만, 야당은 정반대로 '제조사로부터 받은 장려금 규모를 알 수 있게 하라'는 취지의 문구를 담았다. 최근 수년간 국내 단말제조 시장의 과점이 심해져 불공정 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여야는 선택약정 혜택의 폭에 대해서도 시각차를 보였다. 현행 선택약정 제도는 자급제 단말구입 등을 이유로 단말 지원금을 받지 않은 이용자에게 이통사가 '지원금에 상응하는 수준의 요금할인 등 혜택'을 제공하라는 단통법 규정에 기반한다. 여당은 이 부분을 전신법 개정안에 옮기면서 '지원금을 대신해 요금할인 등 혜택을 제공하라'는 내용으로 고쳤는데, 야당은 '요금할인 등 혜택을 제공하라'는 문구를 법안에 올렸다. 선택약정 요금할인액을 지원금 수준으로 제한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야당은 또 이통사가 할인율(현행 25%)을 하향하려 할 경우 정부가 반려할 수 있도록 선택약정 제도에 유보신고제를 적용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이 밖에 여야는 현행 단통법의 △판매점 선임권·관리책임을 이통사에게 부여하는 '사전승낙제' △단말대금·통신요금 분리고지 △중고단말 거래활성화 △분실·도난 단말 수출방지에 대해선 기존 규정을 양측의 전신법 개정안에 옮겨 입장차를 줄였다. 야당은 '이통사 판매장려금 담합조사 사건'으로 공정위와 방통위 사이의 입장차와 이중규제 논란이 빚어진 점을 반영해 방통위의 시장관리 책임을 추가로 명문화했다.

통신업계에선 여야가 연말까지 진척을 이룰 경우 이르면 내년쯤 단통법을 폐지해 전신법에 통합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정부는 올 1월 '생활규제 개혁'의 일환으로 단통법 폐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김건오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은 앞서 검토한 여당 전신법 개정안에 "정보에 취약한 소비자가 지원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복잡한 상품구조 탓에 피해를 입거나, 자금력이 부족한 알뜰폰 사업자와 소형 유통점이 손해를 입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후속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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