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개선으로 밸류업 측면지원?… 정작 투자는 해외ETF로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2024.10.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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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ISA 제도.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개정 ISA 제도.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정부가 국내 증시의 유동성을 공급해 밸류업 정책을 측면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정에 나섰으나, 오히려 해외투자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증시의 장기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ISA, 해외투자 ETF 비중 2년 만에 5배↑
23일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한국과 일본의 ISA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모두 ISA를 통한 해외투자가 급증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투자중개형 ISA 계좌에 유입된 상품별 매입 비중을 보면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 등 상장펀드 비중이 2022년 말 4.4%에서 올해 8월 말 26%로 20%포인트 넘게 높아졌다. 반대로 국내 상장주식 비중은 같은 기간 53%에서 38%로 떨어졌다.

ISA는 주식·펀드·예금 등 여러 업권의 다양한 금융상품을 하나의 계좌에 모아 투자하면서 세제혜택도 받을 수 있는 계좌형 상품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ISA 가입금액은 도입 8년5개월 만에 30조원을 돌파했다. 가입자는 564만6000명에 이른다. 2021년 국내주식 등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투자중개형 ISA가 도입되면서 가입금액과 가입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투자중개형 도입 이후 가입금액은 4.7배, 가입자 수는 3배 가까이 늘었다.



국내 ETF 시장의 해외투자 쏠림 현상은 이미 심화된 상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거래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6개 자산운용사의 국내 상장 ETF 중 해외 ETF 순자산은 2019년 3700억원에서 올해 53조3000억원으로 최근 5년간 14배 증가했다. 반대로 국내 ETF 순자산은 48조원에서 106조원으로 2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연도별 ISA 유형별 가입금액 현황. /사진=금융투자협회.연도별 ISA 유형별 가입금액 현황. /사진=금융투자협회.
일본도 해외 펀드·ETF 집중…"국내증시로 투자금 유인책 보완해야"
일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일본은 개인의 보유자산을 저축에서 투자로 전환하기 위해 개인저축계좌(NISA)를 도입했고, 올해 절세혜택 등을 개정한 신NISA 내놨다. 올해 6월 말 기준 신NISA에 유입된 자금의 46%가 일본 상장주식에 투자될 정도로 증시 유동성 확대에 긍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신NISA 역시 자금 상당 부분이 해외 펀드와 해외 ETF 매수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NISA 성장투자형 상품별 매입액을 살펴보면, 전체 매입액 7조9000억엔 중 상장주식이 3조7000억엔, 투자신탁이 3조9000억엔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투자신탁의 대부분이 해외투자형 상품으로 알려졌다. 해외 ETF를 중심으로 ETF 매입이 전 분기 대비 거의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우리 정부는 올 초 세제혜택을 확대하는 내용의 ISA 개정안을 발표했다. ISA 납입한도를 연간 2000만원에서 4000만원(총 2억원), 비과세 한도도 200만원에서 500만원(서민·농어민 1000만원)으로 늘린다. 국내주식과 국내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국내투자형 ISA도 신설한다.

개인투자자금이 국내증시에 유입될 수 있도록 ISA 개정안을 마련했으나, 해외투자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현상을 막기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보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 등 국내 증시 투자환경 조성 노력과 함께 국내증시로 유입된 투자금이 장기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 등을 추가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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