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의 트렌드&브랜드]우리는 왜 언더독에게 끌리는가

머니투데이 박준영 크로스IMC 대표컨설턴트(Z의 스마트폰 저자) 2024.10.24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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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화제를 나은 '흑백요리사'의 우승자가 탄생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 진정한 셰프로 기억되는 이는 준우승을 한 백수저, 에드워드 리 셰프다. 무엇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그를 응원하게 한 것일까. 여기엔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가 작용했다. 그는 자타공인 톱독(Topdog)의 위치에 있는 셰프다. 이런 그에게 20대 젊은 흑수저 셰프가 아닌 에드워드 리에게 언더독 효과가 나타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명실상부한 톱독의 위치에 있지만 여전히 언더독 전략을 잘 살리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애플이 있다. 애플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세계관을 캠페인에 입혀서 경쟁사를 빅브라더로, 애플을 빅브라더에 저항해 사람들을 해방시킨 혁신자로 표현한다. 캠페인에 멋지고 잘나가는 비즈니스맨을 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비주류 팀원이 애플의 도구들로 협업해 멋지게 업무를 해결해내는 모습, 퇴사한 동료들과 함께 창업해 "우리를 위해 일할 거야"라고 외치는 스토리는 애플을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혁신을 추구하는 개인들을 대변하게 한다.



1984년부터 IBM,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삼성과 경쟁해온 애플은 효과적으로 사용자들의 공감과 새로움에 대한 갈망을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애플의 철학과 세계관을 보여주는 캠페인이 사용자의 정체성과 연결돼 '자아 동일시'라는 심리적인 애착현상을 이끌어낸 것이다.

에드워드 리 셰프에게 언더독 효과가 발휘된 것은 그가 외국에 거주하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요리를 지속적으로 선보였기 때문이다. 우승하기 위해 그동안 해온 뻔한 요리를 안전하게 내놓은 것이 아니라 마지막 라운드까지 늘 새로움을 추구하고 도전하는 의지와 열정을 보여줬다. '한국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에 뿌리를 두고 '이름에 걸맞은 요리'를 선보이기 위해 재료의 재해석과 그만의 고유한 정체성과 개성을 표현했다.



올해 가장 큰 대중의 관심을 받은 하이브와 어도어 대표였던 민희진 이사의 갈등상황에서도 하이브라는 '거대기업과 싸우는 개인'이라는 구도, 술과 골프를 치며 '무리 지어 다니는 아저씨'와 김밥 시켜먹으며 '치열하게 일하는 직장인', 권위와 관료주의에 저항하며 예술적인 감수성을 살려서 일하는 '창작자'들에게 동병상련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언더독을 응원하는 것은 남들과 차별화하려는 개인적 욕구를 충족한다. 사람들이 브랜드를 언더독으로 인지할 경우 브랜드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높아진다. 언더독 대상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과 언더독의 성공을 보면서 자신 또한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질 것이 예상되는 결말에서 끝까지 도전해 결국 성취를 만들어내는 것은 예상치 못한 감격과 기쁨을 준다. 현실에서의 경쟁상황보다 언더독, 톱독에 대한 브랜드의 관점이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는 시장에서 지위와 경쟁력, 규모에 의해 톱독으로 인식되는 대기업엔 어떻게 시장의 판을 변화시키고 게임의 룰을 바꿀 수 있는지, 로컬의 독립브랜드나 스타트업엔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할지 시사점을 준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각인되는 매력적인 언더독, 누가 진정한 승리자인가.(박준영 크로스IMC 대표컨설턴트-Z의 스마트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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