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전기요금 年 1억 이상 증가…한전 年 4.7조 수익

머니투데이 세종=최민경 기자 2024.10.2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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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과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기요금 조정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4.10.23. ppkjm@newsis.com /사진=강종민[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과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기요금 조정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4.10.23. [email protected] /사진=강종민


오는 24일부터 적용되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대기업 전기요금이 연 평균 1억1000만원 늘 것으로 예상된다. 총 부채가 203조원에 달하는 한국전력공사는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월 3900억원, 연간 4조7000억원 가량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전체 생산 원가 비중에서 전력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 1.3~1.4% 정도로 추산된다. 정부는 수출과 국내 물가 등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지만 전력 사용량이 많은 반도체, 철강 등 제조업의 경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에 따르면 오는 24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이 평균 9.7% 인상된다. 계약전력 300kW(킬로와트) 이상의 대용량 고객인 산업용(을) 전기요금은 10.2% 인상, 중소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갑)은 5.2% 인상한다.

경기침체에 따른 중소기업의 어려움 등을 감안해 차등을 뒀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산업용(갑)은 kWh(킬로와트시)당 8.5원, 산업용(을)은 kWh당 16.9원 오른다. 산업용 전기요금 평균은 kWh당 16.1원 오른다.



지난해 기준 산업용 전기 판매량이 290TWh(테라와트시)임을 감안했을 때 한전은 연간 약 4조7000억원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개별 기업으로 봤을 때 산업용(갑) 이용자는 연 평균 60만원, 산업용(을) 이용자는 연 평균 1억1000만원 내외의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이번 조치로 다른 대외적인 큰 변동이 없다면 안정적인 흑자를 유지는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별도 기준으로도 전반적인 흑자, 안정적인 흑자 기조로 바뀔 것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재무구조도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전기요금 年 1억 이상 증가…한전 年 4.7조 수익
정부는 이번 인상에서 경제주체별 상황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산업용 고객은 전체 고객의 1.7%지만 전체 전력사용량의 53.2%를 차지한다. 지난해 기준 산업용(을) 고객은 약 4만1000호로 전체의 0.1% 수준이다. 전력사용량은 263TWh(테라와트시)로 총 전력사용량의 48.1%를 차지한다.

최 차관은 "올해 수출이 지금 계속 좋았던 상황이고 전반적인 산업생산지수를 보더라도 제조업 부분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전기요금 부담 여력이 있는 데서 부담을 해주는 게 전체적인 국가 경제 차원에서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질적으로 일반 국민들이 많이 쓰는 주택용 전기요금이라든지 소상공인이 많이 쓰는 일반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것은 우리나라 민생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커서 상대적으로 부담 여력이 많다고 판단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때 에너지 가격이 올라간 것을 한전, 가스공사 등 공기업 부문에서 떠맡았는데 대기업 등 국민 경제가 빚을 진 것을 이제 환원한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 차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26위 정도로 굉장히 낮은 수준"이라며 "경쟁국과 비교했을 때 대만과 미국 정도만 우리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한전은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대기업의 효율적 에너지소비 유도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산업용(을) 고객들은 경부하 시간대와 고부하 시간대가 있는데 주택용이나 일반용과 달리 대기업들은 부하 시간대 이전이 가능하다"며 "고부하 시간대에는 가동하지 않고 자동화 등을 통해 새벽, 야간 등 경부하 시간대로 부하를 옮기면 낮은 전기요금으로 가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제철 등 반도체, 철강 등 제품 생산 과정에서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대기업들의 부담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11월에도 산업용(을) 전기요금만 kWh당 10.6원(6.9%) 올린 바 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기준 2022년보다 전력 소비량은 17.6% 늘었지만 전기요금은 1조145억원에서 올해 1조9102억원으로 88.2% 증가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전력 소비 30대 기업의 전기요금은 사상 처음으로 4조원을 넘긴 4조308억원을 기록했다. 비슷한 전력 소비량을 기록했던 2022년 1분기 2조4610억원보다 1조5000억원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정부는 이번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수출과 소비자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차관은 "물가 영향에 대해선 산업용 요금이 올라가기 때문에 소비자물가지수에는 반영이 안 된다"며 "소비자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용(을)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제조업에 해당되는 수출 대기업이고 전체 원가 비중에서 전력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 1.3~1.4%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부분 수출 물가에 반영이 되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가격에 반영되더라도 수출 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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