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짐싸는 개인들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24.10.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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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생산과 수익을 보장하지 못하는 지역은 필히 쇠퇴한다.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사람이 떠나기 때문이다. 인구 증가를 위해 지역 환경을 개선하는 등의 보여주기는 의미가 없다. 생산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떠난 사람들을 다시 불러들일 수 없다.

최근 국내 투자시장의 모습이 이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밸류업으로 대표되는 정부주도 증시부양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들어 침체가 계속된다. 주요국 시장 중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가장 큰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동력을 기반으로 국내 투자시장에 대한 기대가 상반기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시선이 바다 건너로 향한다.

다소 과장되고 앞선 표현이긴 하지만 자동차 산업이 무너진 미국 디트로이트를 국내 투자시장에 대비해 설명하는 증권업계 관계자와 만난적도 있다. 한때 180만명이 이상이었던 디트로이트의 인구는 최근 3분의1이 줄어든 60만명대로 알려져 있을 만큼 생산성을 잃어버린 도시의 전형이 됐다. 국내 투자시장 역시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이해했다.



개인투자자들의 국내 시장 이탈흐름을 곧바로 보여주는 통계를 당장 파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올해 3분기 국내 주식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이 17조4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3.4% 줄어든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반면 해외주식 일평균 거래대금은 1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가까이 증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국내 주식시장 거래규모가 줄었음에도 3분기 실적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가한 해외 주식시장 거래 수수료가 줄어든 국내 시장 거래 수수료를 상쇄하고 있을 정도다.

집나간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심은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당장 상장기업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의 주요 자금조달 루트가 막히게 된다.


아울러 개인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를 국내시장에서 해외시장으로 옮기는 흐름이 더 가속화 되고 있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도 제기된다. 해외시장이 수익률을 당장은 좋을 수 있지만 변동성 역시 적지 않다. 투자 종목의 밸류에이션을 국내만큼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더 큰 리스크를 안아야 한다. 국내 투자시장이 성장해야 개인투자자들의 노후자금 역시 안정적으로 굴릴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내 시장의 침체가 고령화 사회로 이미 접어든 우리 사회에 더 큰 다른 문제를 안길 수도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부족한 2%를 채워주기 위해선 과감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의 밸류업 부흥 노력에도 불구하고 각 정부부처나 국회의 구체적인 제도적 뒷받침은 부족해 보이는게 사실이다. 정책 일관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밸류업을 위한 세제 개편이든 상법 개정안이든 여야와 정부가 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침체가 길어지면 신뢰를 잃는다. 신뢰를 잃은 시장은 밸류업도 소용이 없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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