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9시 청량리 청과물도매시장. /사진=김호빈 기자
23일 오전 9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 과일가게를 하는 70대 박모씨는 "샤인머스캣이 잘 안 팔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씨는 "지난해엔 1kg에 1만5000원이 넘었는데 지금은 훨씬 떨어졌다. 우리는 8000원에 판다"고 밝혔다.
이날 박씨네 가게 가판대에는 샤인머스캣과 사과, 멜론, 토마토와 무화과 등 다양한 청과물이 있었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 시선은 사과 등을 향했고 샤인머스캣을 찾는 손님은 없었다.
그는 또 "대부분 농가가 검정 포도에서 샤인머스캣으로 품종을 바꿔 재배하면서 가격이 싸진 것 같다"며 "기존 포도는 비가 오면 (포도알이) 다 터지는 데 비해 샤인머스캣은 재배하기 쉽다"고 했다.
소비자들 "샤인머스캣, '네맛도 내맛도' 아냐"
23일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샤인머스캣. 상인들은 샤인머스캣 물량은 많아졌으나 매출이 이전같지 않다고 밝혔다. /사진=김호빈 기자
소비자들은 '과일계 에르메스(명품)'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샤인머스캣 맛이 예전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사과 두 봉지를 구매한 60대 전모씨 "요즘 샤인머스캣은 알이 작고 맛도 옛날보다 약해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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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한 봉지로 장보기를 끝낸 60대 최모씨도 "샤인머스캣 맛이 '네맛도 내맛도' 아니다"라며 "경상도 말로 닝닝하다(밍밍하다)는 말이 있는데 딱 맞는 말이다"라고 했다. 이어 "원래 샤인머스캣을 좋아했는데 이제 맛이 없으니까 싸도 안 사게 된다"고 했다.
재배 농가 급증, 한달새 가격 34%↓…급히 수확해 당도↓
지난 7월부터 하락세를 보이는 샤인머스캣 가격. /사진제공=농산물유통정보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수요 대비 공급이 많으면 가격 하락은 당연한 것"이라며 "소비자 수요가 샤인머스캣에서 다른 포도로 넘어가려는 트렌드가 보인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추석이 끝나고 가격 하락을 예상한 생산자들이 물량을 대량으로 출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때 충분히 영글기 전 수확된 제품이 시중에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