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206만원, 편의점 알바가 낫다"…요양보호사 해법은 결국 외국인?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박미주 기자, 유효송 기자 2024.10.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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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노인 돌보미 절벽 온다 (下)

편집자주 내년부터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급격한 노인 인구 증가에도 이들을 돌볼 '요양보호사'는 턱없이 부족하다. 당장 내년부터 요양보호사 공급 부족이 시작되고 2028년에는 11만6734명이 모자랄 전망이다. 정부 제도 변화로 요양보호사 양성 기관은 줄폐업 수순이다. 노인 돌봄을 위한 장기적인 요양보호사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기, 현황과 해결책을 짚어본다.

"차라리 편의점 알바"…인력난 시달리는 '월 206만원' 요양보호사
장기요양보험료율 인상률 추이/그래픽=최헌정장기요양보험료율 인상률 추이/그래픽=최헌정


내년 '초고령화사회'를 앞두고 있지만 노년층 돌봄 인력 대비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요양보호사교육기관협회 등은 요양보호사를 늘리기 위해선 건강보험료와 함께 납부하는 장기요양보험료를 올려 이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받은 건강보험연구원의 요양보호사 수급전망과 확보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부터 시설 인력배치기준 상향과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요양보호사는 점차 부족해진다. 2028년에는 11만6734명이 더 필요해지는 상황이다.



연구원은 "급격하게 증가하는 수급자(노년층)에 대응해 직접 서비스의 핵심 인력인 요양보호사의 인력을 적정하게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여러 중점과제를 선정해 현장 요양보호사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보수의 적정화' '근무환경 개선' '복리후생 증진' 등이 근무인력 유지를 위한 처우개선영역 중 주요 순위로 꼽혔다.

실제 현장에서도 처우 개선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곽효민 대한요양보호사교육기관협회 사무총장은 "일은 어려운데 급여는 최저 수준인 월 206만원에 불과하니 하려는 사람이 없다"며 "요양보호사 하느니 편의점 알바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호소했다.



곽 사무총장은 "처우개선은 몇 년 전부터 계속 나오는 얘기"라며 "건강보험공단에서 수가를 올려주지 않는 이상 처우 개선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건보공단에서 장기요양보험 집행 예산이 정해져 있다"며 "적자를 보고 있다고 하니 예산을 늘려 더 투입할 여건이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상이 제주대 의과대학 교수도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최대 고용주이자 최대 서비스 제공자는 정부"라며 "정부가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저임금으로 만들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장기요양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봤다.

장기요양보험료는 노인 부양을 위해 국가가 시행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요양보호사가 건보공단의 장기요양보험 재정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어 정부가 임금을 올려주지 않으면 요양보호사의 처우도 개선되기 어려운 구조다. 이 교수는 "애초에 6.55%라는 작은 규모로 시작해 인상을 해도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며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지적했다.


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료에 장기 요양보험료율을 곱해 산정하는데 올해는 지난해 대비 1.09% 인상한 12.95%에 불과했다. 2017년 동결 이후 최저 수준이다. 문제는 내년도 장기요양보험료율이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산정기준이 되는 내년 건강보험료가 이미 동결돼 인상되더라도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교수는 "정부가 이제는 솔직하게 '선진국 수준으로 장기요양보험료를 올려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며 "사회 서비스 인력에 대한 적정 임금을 제공하는 대신 이들에 대한 교육과 검증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요양보호사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요양원에 부모를 맡기고 자식은 죄책감을 느끼는 일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지 전문가도 장기요양보험 인상엔 동의했지만, 사회적 동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요양보호사를 비롯한 돌봄 인력의 수급이 전체적으로 불안정한 이유는 일자리 자체의 질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며 "일자리의 질을 높이려고 하면 결국 돌봄의 사회적 비용을 같이 부담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김지은 전남대학교 생활복지학과 교수도 "보험료 인상은 실질적으로 필요한 부분이겠지만 합의 과정도 중요할 것"이라며 "나의 부모, 나의 노년을 보장받기 위해서 필요한 측면이라거나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의 보험료 등을 고려해 사회적으로 충분히 논의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가사관리사보다 요양보호사가 더 시급, 외국인 인력 활용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세계가 빠르게 고령화되면서 노인을 돌볼 요양보호사 인력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열악한 처우와 힘든 근무 여건 탓에 내국인 채용이 마땅치 않자 외국인 인력을 받아들이기 위한 제도 개편이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도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외국인 인력 방안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2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 현직 요양보호사는 5604명으로, 2019년(1821명)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요양보호사 61만69명 대비 약 0.92%에 해당하는 인력이다. 국적별로는 중국이 80.8%(4530명)로 가장 많았고, 일본 9.2%(513명), 미국 6.0%(335명) 순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기 위해서는 한국계 외국인인 재외동포와 영주권자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정부가 국내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에 한해 요양보호사로 일할 수 있는 비자를 발급키로 결정했지만, 해외 대비 체계적인 교육과 영주권 부여 등 적극적인 인센티브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일본의 경우 개호(노인돌봄) 관련 외국인 인력은 총 4만5334명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2028년까지 외국인 개호인력을 13만50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경제연대협정(EPA) △체류자격 개호 △기능실습 △특정기능1호라는 4가지 제도를 통해 다양하게 인력을 수급하고 있다.



이중 외국인에게 가장 매력적인 것은 '체류자격 개호'다. 외국인 유학생이 관련 학교를 졸업하고 개호복지사 자격을 취득하면 체류자격 개호가 된다. 개호는 갱신횟수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영구적으로 일본에 거주하며 일할 수 있다. 일본은 이 비자의 문을 넓혀 특정기능1호와 EPA로 입국한 간호사·돌봄인력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호주는 지난해 노인 돌봄 인력에게 영주권을 부여하겠다며 '노인 돌봄 산업 노동 협정'을 신설했다. 관련 직종에 종사할 경우 영어 능력 기준을 낮추는 등 영주권을 더 쉽게 취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들이 임시 취업 비자를 신청하게 되면 우선적으로 처리하는 패스트 트랙 제도도 도입했다. 독일도 2020년 3월 도입된 '숙련자 이민법'을 통해 2년 이상의 직업교육을 수료한 외국인에 대해서는 'EU(유럽연합) 시민 우선 고용제도'를 적용하지 않도록해 비(非) EU 출신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췄다.

곽효민 대한요양보호사교육기관협회 사무총장은 "호주 같은 경우 국가 차원에서 요양보호사 시장을 개방했고 기업에서 관리하는 체제로 처우를 좋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자만 우리나라는 유학생 비자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체류할 수 있는) 비자로 바꿔주는 제도 말고는 외국에서 요양보호사를 들여올 수 있는 경로 자체가 없다"면서 "정부는 외국인 요양보호사 도입에 미온적"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요양보호사 분야에도 적용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자국민 중 노인요양보호사에 종사할 사람들은 점점 줄어든 상황에서 남은 (대안은) 외국인 뿐"이라며 "가사도우미 충원보다 노인요양보호사가 훨씬 더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액티브하게 시장을 연 일본 모델을 활용해 노인요양 시설에서 일할 인력을 데려오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해외 국가의 외국인 요양보호사 관련 제도/그래픽=이지혜주요 해외 국가의 외국인 요양보호사 관련 제도/그래픽=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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