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지수·인텔·보잉의 5년 주가 상승률 추이/그래픽=이지혜
세계 PC 반도체 시장을 호령했던 인텔은 애플의 첫 아이폰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게 충분한 이익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해 기회를 놓쳤고 이후에도 최신 기술 도입을 미루면서 AI 붐에 올라타지 못했다. 최근엔 퀄컴에 매각될 수 있단 소식까지 나왔다.
결과적으로 두 회사는 최악의 위기에 빠졌다.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시총이 1000억달러에도 못 미치는 인텔은 이제 엔비디아, 애플 시총인 3조5000억달러대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러나 WSJ은 이 상황을 단순히 주주들의 고민거리로 치부할 순 없다고 짚었다. 엔비디아, MS, 애플 같은 미국 기술 공룡들의 소프트웨어와 기기에 꼭 필요한 게 첨단 반도체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들 기업은 첨단 반도체 제조를 대만 TSMC에 대부분 의지하고 있지만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고려하면 미국 기술이 향후 중국에 의해 좌우될 위험이 있다는 게 WSJ의 지적이다. TSMC와 경쟁 가능한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는 인텔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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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양대 항공사인 보잉의 경우도 미국 내에서 대체할 기업이 전무하다. 이대로라면 세계 항공기 시장은 보잉의 경쟁사인 유럽 에어버스에 넘어가거나, 중국이 키우는 국영 항공기 제조사 중국상용항공기(COMAC·코맥)가 빈틈을 파고들 가능성이 크다.
WSJ은 인텔이나 보잉 중 하나라도 미국에서 사라진다면 업계 전반에 파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관련 생태계가 한번 해외로 나가면 다시 돌아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항공기와 반도체 제조 노하우를 지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제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일자리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미국 땅에 뿌리내리고 관련 산업을 폭넓게 육성하고 미국 기업들의 수준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TSMC와 삼성 등의 미국 공장 설립을 유도하고 동시에 인텔, 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도 함께 지원하는 반도체법을 좋은 예로 거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