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인텔 몰락, 미국의 재앙 될 수 있다"-WSJ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4.10.23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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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대표하는 제조업체인 보잉과 인텔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를 두고 최고의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호령하던 미국 제조업의 위기를 보여준단 지적이 현지에서 나온다.

S&P500지수·인텔·보잉의 5년 주가 상승률 추이/그래픽=이지혜S&P500지수·인텔·보잉의 5년 주가 상승률 추이/그래픽=이지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보잉과 인텔의 위기는 국가적 비상사태"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미국이 중국과 지정학적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전략 제조업체들의 몰락은 미국의 잠재적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두 회사는 위기를 자초한 면이 크다. 기술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R&D)에 투자하기보다 눈앞의 이익을 좇는 데 바빴다.

세계 PC 반도체 시장을 호령했던 인텔은 애플의 첫 아이폰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게 충분한 이익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해 기회를 놓쳤고 이후에도 최신 기술 도입을 미루면서 AI 붐에 올라타지 못했다. 최근엔 퀄컴에 매각될 수 있단 소식까지 나왔다.



보잉 역시 잇따른 추락 사고와 기체 결함, 납품 지연으로 세계 항공업계의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원가 절감을 위해 핵심 부품까지 외주를 맡기고 숙련 엔지니어들을 대거 해고한 게 원인으로 꼽힌다. 또 737맥스를 개발할 때 737을 완전히 재설계해야 했지만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와 엔진 교체로 해결하려 했다.

결과적으로 두 회사는 최악의 위기에 빠졌다.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시총이 1000억달러에도 못 미치는 인텔은 이제 엔비디아, 애플 시총인 3조5000억달러대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러나 WSJ은 이 상황을 단순히 주주들의 고민거리로 치부할 순 없다고 짚었다. 엔비디아, MS, 애플 같은 미국 기술 공룡들의 소프트웨어와 기기에 꼭 필요한 게 첨단 반도체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들 기업은 첨단 반도체 제조를 대만 TSMC에 대부분 의지하고 있지만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고려하면 미국 기술이 향후 중국에 의해 좌우될 위험이 있다는 게 WSJ의 지적이다. TSMC와 경쟁 가능한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는 인텔뿐이다.


세계 양대 항공사인 보잉의 경우도 미국 내에서 대체할 기업이 전무하다. 이대로라면 세계 항공기 시장은 보잉의 경쟁사인 유럽 에어버스에 넘어가거나, 중국이 키우는 국영 항공기 제조사 중국상용항공기(COMAC·코맥)가 빈틈을 파고들 가능성이 크다.

WSJ은 인텔이나 보잉 중 하나라도 미국에서 사라진다면 업계 전반에 파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관련 생태계가 한번 해외로 나가면 다시 돌아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항공기와 반도체 제조 노하우를 지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제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일자리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미국 땅에 뿌리내리고 관련 산업을 폭넓게 육성하고 미국 기업들의 수준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TSMC와 삼성 등의 미국 공장 설립을 유도하고 동시에 인텔, 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도 함께 지원하는 반도체법을 좋은 예로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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