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앨범이라 해도, ‘가수의 왕’ 조용필은 ‘그래도 돼’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4.10.2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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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 사진=스타뉴스 DB조용필 / 사진=스타뉴스 DB


‘가수들의 왕’이라 하여 ‘가왕’이라 불리는 조용필이 11년 만에 새로운 정규 앨범을 들고나온다. 첫 트랙부터 끝 곡까지 조용필의 농밀한 목소리로 완성한 귀한 음률들이 벅찬 마음을 들게 한다. 이름 석 자만으로 감동을 주는 조용필은 신보에서 역시나 자신이 ‘가왕’이라 불리는 이유를 근사하게 증명한다.

조용필은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정규 20집 ‘20’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오랜만에 취재진 앞에 선 조용필은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생기로운 에너지를 발산했다. “떨린다”라며 수줍어하는 모습조차 미더운 그였다.



두 팔 벌리며 인자한 미소와 함께 등장한 조용필은 “이렇게 뵙는 게 쑥스럽기도 하고 영광스럽기도 하다. 나이 칠십을 넘어 신곡을 발표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 그럼에도 열심히 해봤다”라며 “아마 앨범으로는 이번에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좋은 곡이 있으면 (싱글로) 낼 예정”이라고 오랜만에 컴백한 소감을 말했다.

조용필 / 사진=YPC조용필 / 사진=YPC


2022년 가을의 마지막 무렵, 이미 칠순을 넘겼던 조용필은 정규 20집의 서곡을 공개하며 신보 프로모션을 가동했다. 그렇게 2022년 11월 ‘Road to 20 - Prelude 1’을 발표하며 20집의 서막을 올렸고, 2023년 4월 ‘Road to 20 - Prelude 2’를 내며 한 번 더 불씨를 댕겼다. 이 선공개 곡들로 조용필은 중장년 세대와 MZ세대를 모두 고려한 팝, 록, 하우스 등의 다양한 장르를 들려주고 꿈과 희망, 믿음과 같은 메시지를 껴안았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22일) 오후 6시 정규 20집 ‘20’의 베일을 벗는다. 앨범을 완성하기까지 오래 걸린 이유에 대해 조용필은 “나이 먹으면 그렇게 된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음반이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만들어 놓고 다시 들어보면 마음에 안 든다”라며 수차례 수정을 거듭했던 작업 과정을 밝혔다. 조용필은 앨범으로써는 ‘20’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분이 20집으로 (제가 가수 활동의) 마지막을 찍는다고 생각하더라. 앨범으로서는 마지막이 맞다. 하지만 모르겠다. 미쳐서 또 낼 지도(웃음)”라고 설명했다.

‘20’은 록, 일렉트로니카, 발라드를 아우르는 폭넓은 장르 스펙트럼에 조용필만의 희망의 감성 실어넣어 강렬한 음악적 인장을 찍는 앨범이다. 1번 트랙이자 타이틀곡인 ‘그래도 돼’를 비롯해 ‘찰나’, ‘Timing’, ‘세렝게티처럼’, ‘왜’, ‘Feeling Of You’, ‘라’까지 7곡이 담겼다.


조용필 / 사진=YPC조용필 / 사진=YPC
‘그래도 돼’는 이 시대 모든 이들을 위한 뭉클한 응원가다. 스스로에게 믿음을 주고 토닥여주는 노래다. 메시지는 뭉근하되 색채는 시원하다. 호쾌한 전기 기타, 청량감 넘치는 절창, 고해상도의 사운드가 총동원돼 조용필만의 모던 록을 완성한다.



‘그래도 돼’ 뮤직비디오는 영화라 해도 될 만큼 고퀄리티, 고농도의 감동으로 노래의 감흥을 배가한다. 돌고래유괴단이 메가폰을 잡은 뮤직비디오는 박근형, 전미도, 이솜, 변요한이 출연해 열연한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파노라마처럼 전개한 비디오는 노래 못지않게 감동적으로 연출됐다.

조용필은 “TV로 스포츠 경기를 보는데 우승자가 세리머니하는 장면을 봤다. 카메라가 오직 승자에게만 향하는 것을 보고 패자의 심정에 골몰하게 됐다. 패자의 마음을 담고 싶어서 ‘그래도 돼’를 작업했다. 모든 사람이 다 성공할 수 없다. 그렇기에 ‘그래도 돼’의 메시지가 많은 이들에게 닿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조용필 / 사진=YPC조용필 / 사진=YPC


앨범 소개서에서 ‘역작’이라고 평한 수록곡 ‘왜’에 대한 비하인드도 이야기했다. 조용필은 “많은 곡을 내면서 ‘왜’처럼 많은 연습을 했던 적이 없다. 창법, 가성, 전달력 같은 것들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 이렇게 저렇게 다양하게 불러봤다. 발표한 곡 중 연습을 제일 많이 한 노래”라고 털어놨다. 발라드 장르인 ‘왜’는 도입부터 마무리까지 사운드가 극적으로 구성돼 쉴 새 없이 전율을 자아내는 곡이다. 조용필에게도 엄청난 연습이 필요했을 만큼 가창의 테크니컬이 정교하다.

가수로서의 소신도 밝혔다. 조용필은 “가수로서 노래하는 걸 좋아해야 하고 음악이 좋아야 하고 장르도 다양해야 한다. 계속 배워야 한다. 저는 지금도 창법과 음성을 연구하고 연습한다. 그게 사실 재밌기도 하다. 그것이 아마 지금까지 제가 가수를 할 수 있던 동기 같다”라며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가수나 노래는 대중의 것이 된다. 대중을 위한 장치를 굉장히 많이 신경 쓴다”라고 말했다.

“주변에서 음악밖에 모르는 바보라고 하는데 맞다. 매일 집, 스튜디오만 오간다. 저의 음악은 도전과 해보고 싶었던 것들의 욕망을 관통한다.”



오랜 시간 한(恨)과 혼(魂)으로 대변됐던 조용필의 요영은, 늘 그 시대에 가장 필요한 가락과 가사를 엮어 명곡이라 할 수밖에 없는 디스코그래피를 쌓아왔다. ‘20’은 그의 디스코그래피에 명반을 하나 추가한다. 때문에 마지막 앨범이 될 수도 있다는 조용필의 말은 아쉽게도 느껴지지만, 50년이 넘도록 근사한 음률로 대중을 즐겁게 했기에 그의 신보 타이틀곡 제목처럼 ‘그래도 돼’라는 말을 건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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