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 D-1, 반전 모멘텀 찾는 고려아연…"'유인된 역선택 위법"

머니투데이 김도균 기자, 최경민 기자 2024.10.2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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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덕 고려아연 사장 메시지/그래픽=이지혜박기덕 고려아연 사장 메시지/그래픽=이지혜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마감 하루 전날 '국민연금'과 'MBK·영풍의 공개매수 적법성'을 거론한 것은 이후 벌어질 주주총회·이사회에서의 결전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일단 고려아연은 국민연금(지분 7.83%)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 내부 절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면서 "장기적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MBK가 국민연금이 주요 투자자로 있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개입 시도가 적절한가"라는 질의에 "국민연금 자금이 적대적 인수합병을 통한 경영권 쟁탈에 쓰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단기적 가치 창출을 우선으로 하는 사모펀드 MBK와 거리를 둔 게 아니냐는 게 고려아연 측의 시각이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김 이사장의 발언을 소환하며 "믿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 측(우호지분 포함 33.99%) 입장에선 23일 마무리되는 자사주 공개매수 이후에도 MBK·영풍에 1~2%포인트 지분이 뒤질 수 밖에 없어 국민연금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미 38.47%의 지분을 확보한 MBK·영풍은 이르면 다음달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고 이사회 장악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국민이 조성한 돈을 운용한다"며 "국민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고, 그 기술이 해외로 나갈 수 있다면 (그 투자가 옳은지) 가치 평가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같은 맥락에서 기존 우호 세력 다지기에도 나섰다. 현대차·LG·한화 등 우호세력이 주총과 이사회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박 사장은 "올해 초 정기 주총에서 모두 우리 안건에 동의해줬기에 그때와 변함 없을 것이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고려아연이 MBK·영풍이 공개매수를 통해 획득한 지분 5.34%에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14일 끝난 MBK·영풍의 공개매수에 투자자들이 몰린 것을 두고 박 사장은 "합리적 시장상황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있는 유인된 역선택"이라고 비판했다. MBK·영풍이 주당 89만인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앞두고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결과, 주당 83만원인 MBK·영풍의 공개매수가 흥행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지난 21일에야 가처분 신청 기각을 결정했었다.

MBK·영풍은 기존에 계획했던 스케줄대로 움직일 것으로 관측된다. 23일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를 보고 △고려아연 주식 장내매수 △임시주주총회 소집 △최 회장 등 고려아연 경영진에 대한 법적대응 등을 진행한다는 뜻이다. MBK 관계자는 "법원의 가처분 신청 기각은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배임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명백히 증명되지는 않았다는 것이지, 위법성이 없다는 판단은 아니다"며 "위법성은 가처분이 아닌, 본안 소송을 통해 가려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 회장은 이그니오 투자,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관여 의혹 등에 대해 사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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