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폐기에 "시대착오적" vs "폭력성은 예술성과 달라"

머니투데이 이승주 기자, 유효송 기자 2024.10.2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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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024 국정감사](종합)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서울특별시교육청·인천광역시교육청·경기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0.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서울특별시교육청·인천광역시교육청·경기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0.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작품 '채식주의자'가 경기도교육청의 자율 지침에 의해 지난해 도내 한 학교에서 폐기된 것을 놓고 여야 의원들이 공방을 벌였다. 야당 의원들은 "시대착오적 도서 검열"이라며 경기도교육청을 맹공했고, 여당 의원들은 "폭력성은 예술성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경기도교육청의 도서 검열로 노벨문학상 도서가 폐기 처분되고 열람 제한당하는 윤석열 시대의 사상 검열 상황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강 작가의 작품만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폐기된 도서가 모두 2517권에 열람 제한 도서는 3340권으로 총 5857권에 달한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더 심각한 문제는 경기교육청이 교육지원청과 학교에 공문을 보낼 때 도서 심의 매뉴얼에 적합하지도 않은 청소년 유해매체물의 심의 기준을 참조하라고 하면서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한 것"이라며 "이런 부분을 지시한 규정을 삭제하고 원상 복귀시켜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꿈도 꾸지 못했던 상을 탄 것은 정말 대단하고 기쁜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읽어야 한다', '읽게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사실 가수이자 배우인 김창환 씨가 진행하는 책 프로그램에서 (김씨가) '나는 너무 끔찍해서 뒷부분을 못 읽겠더라'고 하니까 한강 작가도 '안 읽으셔도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자녀들이 지금 다 성년이기 때문에 지금은 책을 꽂아 놓을 수 있지만, 아이들이 미성년자였다면 솔직히 아마 그 책을 집 책꽂이에 꽂아 놓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아마 그 어느 경기도의 학교에서 심의하셨던 분들도 '학생들이 읽기에는 조금 끔찍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예술성과 끔찍함이나 폭력성과는 동일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노벨문학상을 시상하는 곳에서는 예술성을 평가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은 "학교 도서 구입이나 폐기는 각 학교의 도서 심의위원회의 권한이다. 다만 교육청은 성폭력 문제나 인종차별 문제 등이 우려될 때는 학교에 환기할 필요가 있다. 그 정도의 교육적 책임성은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채식주의자'에 대해서는 "채식주의자 2편의 몽고반점 등에서 학생들이 보기에는, 저도 좀 민망할 정도의 그런 내용들이 있다. 유해라기보다 혹시 학생들이 감수성이 예민한 시절에는 교육적으로 부모들이 걱정할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서울특별시교육청·인천광역시교육청·경기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2024.10.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서울특별시교육청·인천광역시교육청·경기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2024.10.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이날 야당 의원들은 여당 출신인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에, 여당 의원들은 진보 진영의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에게 질문을 쏟아내며 인사청문회 수준의 공세를 펼쳤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임 교육감을 자신이 추천했다고 주장했다. 교육감 선거 나가기 전에 이력서를 명씨에게 보여 준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임 교육감은 "명씨가 왜 그런 발언을 한 건지 모르겠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임 교육감은 "이력서를 봤다는 것은 이력서는 인터넷 검색에서 나오기 때문에 어떤 이력서를 봤다는 것인지 확인할 수 없다. 그 사람이 이력서를 봤다는 게 무슨 뜻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누구와 의논한 적 없다"며 '위증하면 안 된다'는 의원의 경고에도 "위증 아니다. 조사해보셔도 좋다"고 밝혔다.



여당 의원들은 정 교육감의 짙은 정치색을 문제 삼았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정 교육감이 2019년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의 발기인이었던 것과 관련해 "당시 대책위에서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지사직을 내려놓는 불행한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 정 교육감은 이 내용에 동의하냐"고 물었다. 이에 정 교육감은 "당시에는 동의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이 발언은 사법부가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전제된 것인데 평소에 대한민국의 법원을 신뢰하지 못하냐"고 물었고, 정 교육감은 "우리 사법부를 많이 신뢰한다. 법원의 최종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1심과 2심은 잘못될 수도 있지만, 대법원 판단은 존중한다는 것이냐'는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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