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해외진출 발목잡는 '늑장 심사'… 당국, 개선 안간힘

머니투데이 홍재영 기자 2024.10.2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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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증권사 해외 진출 독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다만 현지의 까다로운 인가 절차는 여전히 가장 큰 걸림돌이다. 당국은 현지에서 요청하는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고, 직접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상호 이해를 높이는 방향으로 지원책을 실시하고 있다.

금융당국 적극 장려에도…"현지 인가 까다롭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 (3,425원 ▼65 -1.86%)은 인도네시아 칩타다나증권 인수를 완료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지난해 6월 인수를 공식화 한 이후 1년4개월여 만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칩타다나자산운용도 인수를 추진할 방침이다. 한편 키움증권 (137,400원 ▲1,600 +1.18%)은 지난 11일 싱가포르통화청(MAS)로부터 자산운용사 설립 본인가를 받았다. 키움증권은 올 3월 이사회에서 해당 내용을 의결하고 추진해 왔다.



금투업계의 해외진출 독려는 금융당국의 중점 추진 사항이기도 하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산업 글로벌화를 과제로 정하고 김소영 부위원장이 직접 해외 금융당국 고위급과 면담하는 등 홍보에 나선 바 있다. 지난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증권사 9곳에 대해 해외 현지법인의 신용공여에 대한 순자본비율(NCR) 위험값 규제를 완화하는 등 규제도 개선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해 증권사 CEO(최고경영자)들에게 "해외시장 진출, 해외투자 확대는 우리 증권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후 해외 IR 활동 등을 통해 직접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현지 여건은 녹록치 않다. 금융위가 규제 개선 등 여러 지원책을 추진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오래 걸리는 현지 인가 절차가 가장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인수 발표 당시에는 지난해 안에 무난히 현지 당국 승인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절차가 길어지면서 승인에 1년이 넘게 걸렸다.

치열한 동남아 진출 경쟁… 소통 강화하는 당국
금융감독원 전경/사진=뉴스1금융감독원 전경/사진=뉴스1
금투업계에서는 최근 들어 국제적으로 동남아 시장에 금융업 진출이 늘어나면서 현지 금융당국 인가 절차가 더 어려워졌다고 평가한다. 특히 금투업은 어느정도 시장이 성숙한 후에야 활성화 될 수 있어 금융사들로서는 진출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다. 또 업무 속도 등 각 국 특유의 업무 문화가 달라 국내 증권사들에게 답답하게 느껴지는 측면도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국가는 이미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워낙 많이 들어가 증권업도 함께 하다 보니 한국 증권사들이 새로 들어오는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당국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당국 차원에서 해외 당국과 다방면으로 교류하고 있다. 금감원은 해외 당국과 국내 금융사들의 소통을 주선하거나 현안 관련해 직접 소통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인도 재무부, 중앙은행 등 금융당국을 초청해 국내 금융사, 금융협회와 설명회를 개최했다.

또 국내 금융사가 해외 진출을 시도할 시 해외 당국이 요구하는 적격성 자료(규정 위반 이력, 지점장 범죄 이력 등)를 제공하는 역할도 맡는다. 증권업의 경우 영업용 NCR 규정을 지키고 있는지 등이 확인 대상이다. 이러한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록 인가도 앞당겨질 수 있는데 대부분 1주일 내에 회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인가에 대한 판단은 어디까지나 해당국가의 주권 문제로,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가별 인가 정책이 있기 때문에 우리를 우선적으로 (인가) 해달라는 식의 요청은 어렵다"며 "국내 금융사들을 상대로 간담회와 의견 수렴 등을 진행해 지원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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