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쿠퍼티노에 상주하는 애플 직원들은 카메라모듈 핵심 공급사인 LG이노텍과 원활한 소통을 하는 게 미션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애플은 LG이노텍의 전체 매출 가운데 80% 가량를 책임진다. LG이노텍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애플로 추정되는 단일 고객사로부터 거둔 매출은 6조8161억원이다. 같은 기간 LG이노텍 전체 매출의 77%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LG이노텍의 애플 매출 비중은 80%였다.
LG이노텍의 한 엔지니어는 "사사건건 간섭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LG이노텍은 애플에 공급하는 카메라모듈에 사용되는 재료와 관련 부품을 모두 애플이 지정한 곳에서만 구매해 조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미의 쿠퍼티노는 '협력'보단 애플과 LG이노텍 사이의 수직적 관계를 드러내는 장소인 셈이다. 애플을 주요 고객사로 둔 다른 기업들 역시 사정이 별반 다르진 않겠지만, 전체 매출의 80% 가량을 애플에 의지하는 LG이노텍에겐 사뭇 큰 압박으로 다가온다.
LG이노텍의 애플 의존도는 날이 갈수록 커져 왔다. 2017년 50%를 넘긴 이후로 매년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80%에 다다랐다. 안정적인 수입원을 가졌다는 의미도 되겠지만, 반대로 특정 고객사로 인해 자사 실적이 좌지우지되는 취약성도 안고 있다. 실제로 애플은 최근 3D센싱모듈 공급처를 중국 폭스콘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