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폰에 음란 스팸 막아야…이통3사, 키즈폰에 미사용 번호 우선 배정

머니투데이 배한님 기자 2024.10.2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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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 대리점의 모습. /사진=뉴스1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 대리점의 모습. /사진=뉴스1


늘어나는 음란·도박 관련 불법 스팸 문자가 아이들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이통3사(SK텔레콤 (57,500원 ▲1,200 +2.13%)·KT (44,000원 ▲1,050 +2.44%)·LG유플러스 (9,950원 ▲110 +1.12%))가 키즈폰에 미사용 번호를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사용 이력이 있는 번호는 이미 유해 콘텐츠 등에 노출돼 스팸 문자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이통3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T와 LG유플러스는 키즈폰에 미사용 번호를 우선 배정하는 전산 개발 작업에 돌입했다. SK텔레콤은 지난 5월부터 이미 이같은 정책을 시행 중이다.



키즈폰은 만 12세 이하 어린이 전용 단말기다. 부모가 자녀의 동선을 확인하고 유해 콘텐츠 접촉을 막을 수 있도록 제작됐다. 지난 8월 말 기준 키즈폰 가입자는 60만명에 달한다.

김 의원은 지난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서 한 번도 사용된 적 없는 미사용 번호를 받으면 키즈폰 사용자들이 불법 스팸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다고 지적하며 이통3사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날 국감에 출석한 이통3사 임원들도 김 의원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나 미사용 번호는 이통3사를 합해도 17만9324개에 불과하다. 키즈폰 가입자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업계는 정부가 새 번호 자원을 충분히 공급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 추세라면 미사용 번호는 곧 고갈될 것"이라며 "정부가 일부 미사용 번호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풀어주거나 새로운 번호 자원을 발굴하는 등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사용 번호 대신 에이징 기간이 긴 번호를 사용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에이징 기간은 기존 가입자가 해지한 번호를 새로운 가입자에게 발급하기까지 유예기간을 뜻한다. 사용하지 않은 기간이 길수록 스팸에 노출될 확률이 적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이미 최소 2년 이상 사용되지 않은 번호를 키즈폰 사용자와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공급하고 있다.


KT는 에이징 기간 확대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다. 지난해 4월 정부가 번호 에이징 기간을 28일에서 90일로 확대하면서 묶여있는 번호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김 의원실에 "에이징 기간 확대 취지에는 동의하나, 지난해 이미 정부 요청으로 에이징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한 바 있다"며 "에이징 기간 추가 확대는 가용 번호 수를 감소시킬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LG유플러스는 각 번호의 에이징 기간을 고시해 아동·청소년이 더 안전한 재활용 번호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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