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곳 열 때 1.7곳 문 닫아…요양보호사 교육원 줄폐업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4.10.2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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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노인 돌보미 절벽 온다①
요양보호사 양성기관수 올해 1168개로 줄어…폐업수가 122개로 개업수 72개를 뛰어 넘어

편집자주 내년부터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급격한 노인 인구 증가에도 이들을 돌볼 '요양보호사'는 턱없이 부족하다. 당장 내년부터 요양보호사 공급 부족이 시작되고 2028년에는 11만6734명이 모자랄 전망이다. 정부 제도 변화로 요양보호사 양성 기관은 줄폐업 수순이다. 노인 돌봄을 위한 장기적인 요양보호사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기, 현황과 해결책을 짚어본다.

요양보호사 양성기관 개·폐업 현황/그래픽=이지혜요양보호사 양성기관 개·폐업 현황/그래픽=이지혜


#. 2007년부터 전주에서 요양보호사 교육원을 운영해왔던 이모씨(68)는 지난 8월말까지만 교육하고 현재는 폐업 절차를 밟고 있다. 정부에서 요양보호사 수업시간을 늘린 데다 갑자기 올해부터 교육비 지원을 대폭 축소하면서 요양보호사 과정을 들을 수강생이 급감해 경영난이 생긴 탓이다. 이씨는 "전국적으로 요양보호사 교육원 운영이 매우 힘들어졌다"며 "안 그래도 요양보호사 인력난이 심각한데 현장에 인력이 더 부족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전국에서 문을 닫는 요양보호사 양성기관이 급증하면서 폐업 수가 개점 수를 크게 넘어섰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도 급감했다. 정부가 갑자기 요양보호사 자격취득을 위한 교육비 지원을 대폭 줄이면서 현장에선 혼란이 일었고 인력양성에도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요앙보호사 양성기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기준 요양보호사 양성기관 폐업 수는 122건으로 개업 수 72건의 1.7배에 이른다. 전년 폐업 수 92건 대비로도 1.3배다. 폐업 기관 수가 개업 기관 수보다 많은 것은 2016년(폐업수 89건, 개업수 85건)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18개였던 요양보호사 양성기관 수도 올해 1168개로 50개(4.3%) 감소했다.

요양보호사 자격 신규 취득자 수/그래픽=이지혜요양보호사 자격 신규 취득자 수/그래픽=이지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국가로부터 교육비를 지원받은 사람 수도 급감했다. 서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교육비를 지원받은 인원은 4만3045명에 불과하다. 2022년 14만4660명, 지난해 13만8882명이 교육비를 지원받았는데 올해는 8개월동안 지원받은 인원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올해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 수도 감소했다. 올해 8월까지 요양보호사 신규 자격 취득자 수는 12만8명이다. 해 월평균 취득자 수가 1만5001명임을 감안해 연간으로 추산하면 18만명으로 지난해 연간 취득자 수 28만2386명 대비 10만명가량 적다.

이렇게 요양보호사 취득 인원이 줄어든 것은 갑작스레 바뀐 정부 정책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부는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교육을 받는 사람들에 전체 교육비의 45% 이상을 지원해줬지만, 갑자기 정책을 바꿔 올해부터는 10%만 선지원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나머지 교육비는 실제 자격취득 후 6개월 안에 요양보호사로 취업하고 6개월 동안 일해야 환급 가능하다. 자격증만 따고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는 비율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올해 8월 기준 자격증 취득자 중 요양보호사 종사자 비율은 22.8%다.
요양보호사 교육비 지원 현황/그래픽=윤선정요양보호사 교육비 지원 현황/그래픽=윤선정
그럼에도 부족한 요양보호사 양성을 위해 정부가 이전처럼 교육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요양보호사를 하려는 사람 중에는 나이든 저소득층이 많아 70만~120만원가량인 교육비를 부담하기 어렵고, 이는 요양보호사 공급 부족 심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시간이 기존 240시간에서 320시간으로 늘어난 점도 악영향을 미쳤다.

곽효민 대한요양보호사교육기관협회 사무총장은 "지난해에는 교육비의 55%까지 지원받았는데 지금은 10%만 지원된다"며 "교육비가 90만원일 때 예전 같으면 약 20만원만 부담했지만 지금은 81만원을 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강생 대부분이 중산층 이하이고 연령이 높아 교육비를 감당하지 못해 요양보호사 지원 비율이 절반 이상 줄었다"며 "요양보호사 분들 중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은 분들이 많고 보호자들이 까다롭게 보는 데다 처우도 낮아 근무가 지속되지 않을 수 있고 이 경우 교육비를 환급받기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곽 사무총장은 "노인요양병원 등에서는 요양보호사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인데 정부가 자격취득 문턱을 높이면 요양보호사 부족 현상은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영석 의원은 "고령인구의 급증과 코로나19 돌봄 혼란의 경험으로 요양보호사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으나 정부는 본인 부담을 높이는 방식의 공급정책으로 요양보호사 양성과 돌봄체계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요양보호사의 근무환경과 처우개선, 국공립 장기요양기관 확보 등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으로 미래 돌봄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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