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 아름다운 채찍질과 근사한 상흔 ‘위플래시’ [뉴트랙 쿨리뷰]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4.10.2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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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 / 사진=SM엔터테인먼트에스파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이번엔 '쇠크노'(쇠맛+테크노)다.

그룹 에스파(aespa)가 지난 21일 미니 5집 ‘위플래시(Whiplash)’를 발매했다. 앨범명과 동명의 타이틀곡을 비롯해 ‘킬 잇(Kill It)’, ‘플라이츠, 낫 필링스(Flights, Not Feelings)’, ’핑크 후디(Pink Hoodie)’, ‘플라워즈(Flowers)’, ‘저스트 어나더 걸(Just Another Girl)’까지 총 6곡이 실렸다. ‘위플래시’의 음률은 강질이다. 쇠붙이의 비릿함과 단단함, 그리고 트랙리스트 중간쯤에 칠해 놓은 향긋한 기름은 매끄럽게 사운드를 확장한다.

‘채찍질’이라는 뜻의 앨범명에서 느낄 수 있듯, ‘위플래시’에 엉거붙은 음률은 파동이 세다. 다만 뒤로 갈수록 자극적인 쇠맛의 역치를 줄인다. 자칫 피로할 수 있는 자극적인 감도를 영리한 시점에서 변환해 정제된 트랙 배치를 보여준다. 에스파는 이 앨범을 통해 기저가 단단한 자기애를 노래한다. 좋건 나쁘건 “시선들을 즐겨주겠”(‘킬 잇’)다며 호기롭게 목소리를 높이고, “남 신경은 안”(‘핑크 후디’)쓰겠다며 시크하게 후드 티를 뒤집어쓴다.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 완벽하게 새로워진 나”(‘저스트 어나더 걸’)라고 공언한다. 완전한 사운드와 가창이 이 가사들을 근거 있게 받침 한다.



타이틀곡 ‘위플래시’는 전작 ‘슈퍼노바(Supernova)’에서 각인했던 ‘쇠맛 음악’에서 EDM 기반의 테크노를 처음 시도해 영역을 조금 더 확대한 초월을 보여준다. ‘수퍼노바’가 워낙 히트했던 까닭에 더 고민이 많았을 에스파는 ‘위플래시’의 역치를 타격에 두지 않고 감각에 둔다. 그 감각을 하우스로 소화한 점이 이 곡의 가장 큰 미덕이다. 멜로디를 웅장하게 감싼 전자음이 풍부한 사운드를 형성하면서 멤버들의 보컬을 스타일리시하게 출력한다. 강렬하고 속도감 넘치는 베이스도 ‘위플래시’에 땅땅함을 부여한다.

에스파 / 사진=SM엔터테인먼트에스파 / 사진=SM엔터테인먼트


‘틀에 갇히지 않고 나만의 기준과 잣대로 거침없이 나아가겠다’라는 메시지를 담은 가사는 쿨하게 목소리를 쓴 멤버들의 보컬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오직 나만이 이 판을 바꿀 Changer”라고 노래하는 에스파의 현재는 사실이라 감흥이 더 실린다. 카리나는 ‘위플래시’의 매력으로 “계속 귀에 때려 박히는 비트”를 꼽았다. 윈터는 “‘디지털 쇠 맛’ 혹은 ‘전자 쇠 맛’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위플래시’의 장르를 설명했다.

이 밖에도 미니 5집에는 에스파 시그니처 신스와 화려한 보컬이 돋보이는 힙합 댄스 곡 ‘킬 잇’, 빈티지 하면서 신비로운 분위기의 알앤비 곡 ‘플라이츠, 낫 필링스’, 독특한 신스 사운드와 에너지 있는 베이스라인이 돋보이는 힙합 댄스 곡 ‘핑크 후디’, 세련된 사운드의 기타 리프가 돋보이는 ‘플라워즈’, 거친 기타 사운드와 청량한 보컬이 돋보이는 팝 락 곡 ‘저스트 어나더 걸’까지 감상 지점이 다채롭다.

전작 ‘슈퍼노바’가 실렸던 전작 ‘아마겟돈(Armageddon)’의 신드롬급 성공 후 에스파는 기대와 부담감을 동시에 껴안아야 했다. 새 앨범명을 ‘채찍질’로 한 까닭은 두 지점에 대한 이들의 태도와 마음가짐, 그리고 자신감으로 보인다. 음산하게도 들리는 단어지만 에스파에게 채찍질은 발전과 성장, 그리고 완벽을 향한 기꺼운 가혹이었다. ‘위플래시’는 벌써 국내외 음원차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아름다운 채찍질로 근사한 상흔을 남긴 ‘위플래시’. 에스파는 또다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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