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신장병에 탁월한 '이 식단'…"콩팥 보호하고 대사 문제 해결"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10.2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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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의 신의료인]

만성 신장병에 탁월한 '이 식단'…"콩팥 보호하고 대사 문제 해결"


지중해식 식단이 만성 신장병 환자의 대사성 산증 개선과 신장 보호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지원 교수와 용인세브란스병원 권유진(가정의학과), 이정은(신장내과) 교수 연구팀은 메디쏠라와 공동으로 "지중해식 식단이 만성 신장병 환자의 칼륨 수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대사성 산증을 개선하고 신장을 보호한다"고 22일 밝혔다.

만성 신장병 환자는 신장 기능 저하로 칼륨 배출 능력이 감소하면서 고칼륨혈증(hyperkalemia) 위험이 커진다. 고칼륨혈증은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고 심한 경우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칼륨과 함께 단백질 섭취도 주의가 필요한데, 단백질은 대사 과정에서 질소 노폐물을 생성해 신장에 부담을 주고 신부전의 진행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환자가 칼륨과 단백질 섭취를 과도하게 제한하면 탄수화물 중심의 식사를 하게 돼 영양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 신장재단은 2020년 진료지침을 통해 만성 신장병 환자 권장 식단 중 하나로 '지중해식 식단'을 꼽았다. 지중해식 식단은 채소와 과일, 견과류, 콩류, 통곡물, 올리브유, 생선, 해산물, 치즈와 요구르트 등을 메인으로 불포화지방을 많이 섭취하고 붉은 고기와 가공육, 가공식품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지중해식에 포함되는 참외, 바나나, 시금치, 아욱, 감자 등 고칼륨 함유 식품이 신장병 환자에게 안전한지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편이었다.

만성 신장병에 탁월한 '이 식단'…"콩팥 보호하고 대사 문제 해결"
이에 연구팀은 한국인 식습관을 반영한 '한국형 지중해 균형식'을 개발하고 신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환자식과 효과를 비교했다. 한국형 지중해식단은 기존 지중해식 기본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나트륨, 단백질, 칼륨 섭취를 줄이는 식단이다. 국 대신 숭늉을 먹는 등의 방법으로 나트륨 섭취는 줄이고 단백질 섭취 비중은 1㎏당 0.8g로 기존 지중해식 대비 0.2g 낮췄다. 전곡류, 과일, 채소는 지중해식에 많이 포함된 식품인 만큼 식이섬유는 늘리고 칼륨은 줄일 수 있도록 과일, 채소 껍질은 제거하고 삶거나 데쳐서 먹게 안내했다.



연구팀은 신장 기능이 정상보다 15~59% 감소한 신부전 환자 50명을 25명씩 두그룹으로 나눠 4주간 지중해식과 기존 환자식을 교차로 섭취하게 한 신장 기능 및 영양소 섭취 변화를 비교했다. 두 그룹 모두 환자식, 지중해식을 거쳤고 식단 교체 중간에 4주간 휴지기를 뒀다. 식단이 끝날 때마다 각각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지중해 식단을 섭취한 환자들은 식이 지방, 식이섬유, 니아신의 섭취량이 증가했지만 나트륨과 구리 섭취량은 감소했다. 신체의 산-염기 균형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총 이산화탄소 수치는 증가했다. 신장병 환자에 흔히 생기는 대사성 산증을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식단 섭취 후 칼륨 섭취량은 약간 증가했지만, 혈청 및 소변의 칼륨 수치는 변화가 없었다. 신장 기능이 심각하게 떨어진 환자들도 지중해식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결과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실제 지중해식을 섭취한 환자의 신장 기능은 잘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만성 신장병에 탁월한 '이 식단'…"콩팥 보호하고 대사 문제 해결"
이지원 교수는 "지중해식 식단이 만성 신장병 환자들의 건강 관리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가 신장병 환자의 식이 관리에 중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고부가가치 식품기술개발사업의 지원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뉴트리션'(Frontiers in Nutrition)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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