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많은 주식 지급하도록"…두산의 '주주환원' 승부수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김도균 기자 2024.10.2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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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사업구조 재편안/그래픽=김다나두산그룹 사업구조 재편안/그래픽=김다나


"주주들에게 최대한 많은 주식이 지급되는 방향으로 분할합병비율을 변경했다. 주주들은 가치가 더욱 높아질 양사(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동시에 보유하게 됨으로써 향후 추가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21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진행된 두산그룹 사업구조 개편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두산그룹뿐만 아니라 일반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개편이라는 점을 시종일관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소통 부족으로 혼란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주주환원'에 힘을 주며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을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실제 지난 7월11일 사업구조 재편 계획을 공개한 이후 두산그룹은 시장과 금융당국의 비판을 줄곧 받아왔다. 주주를 고려하지 못한 계획이라는 지적 속에 두산밥캣의 두산로보틱스로의 흡수합병 후 상장폐지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금감원이 무제한 증권신고서 수정을 두산 측에 요청했을 정도로 강수를 두기도 했다.

두산은 이후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두는, 현재의 사업개편 방식을 도출하려 노력해왔다. 주주들과 금융당국의 설득 여부가 관건이었다. 이 과정에서 합병비율을 기존 '1대 0.031'에서 '1대 0.043'으로 상향했다. 주주들이 요구하던 두산밥캣 분할비율의 '시가 금액' 책정, 합병비율에 '두산밥캣 경영권 프리미엄 반영' 등이 채택된 결과였다.



박 사장은 "실무자들끼리 소통하면서 금융당국 쪽의 요구를 이번 개편안에 충실히 반영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주주들이 보유하게 되는 주식가치가 기업구조 개편을 결정했던 이사회(7월11일) 종가 기준으로 단순 환산할 경우 기존 안보다 약 39만원 증가한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측은 미래 먹거리 사업 대응을 위해 반드시 이번 사업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두산그룹은 사업 시너지 극대화·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클린에너지 △스마트 머신△반도체·첨단소재 등 3대 사업부문으로 재편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사업구조 재편을 지속 추진 중이다.

박 사장은 "사업개편을 통해 1조원 이상의 투자여력을 확보하게 되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대형원전·SMR(소형모듈원자로)·가스·수소터빈 등에 즉각적으로 투자해 적기에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글로벌 협동로봇 4위이자 가장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두산로보틱스와 건설·농업·물류 분야의 글로벌 톱티어인 두산밥캣이 시너지를 내면 전문 서비스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스캇박 두산밥캣 부회장은 "고성장하는 시장을 선점하려면 소프트웨어 개발, 정밀 제어, 비전 인식, AI(인공지능) 등 기술을 빨리 확보해야 한다"며 "두산밥캣의 하드웨어 제조 역량과 두산로보틱스의 모션자동화 소프트웨어, 솔루션 개발능력 등을 접목해 무인화, 자동화 시장을 선점하려 한다"고 말했다.

사업구조 개편이 두산밥캣에 대한 (주)두산의 지배력 강화를 목표로 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거리를 뒀다. 개편안 대로라면 (주)두산의 두산밥캣 간접지분율이 약 14%에서 42% 수준까지 증가하는 게 사실이다. 알짜 계열사 두산밥캣으로부터 그룹이 보다 많은 배당을 받기 위한 취지의 구조개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두산 관계자는 "사업 재편 과정에서 두산로보틱스가 가져오는 차입금 7000억원에 대한 이자, 신사업 투자재원 등을 고려하면 (주)두산에게 돌아가는 실질적 배당수익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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