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암 수술 전 '항암·방사선 치료' 동시 시행하면 항문 보존 가능성↑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10.2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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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의 신의료인]
중앙대병원 외과 박병관 교수 연구 결과
선행 치료 후 완전관해 환자 81% 항문보존

직장암 수술 전 '항암·방사선 치료' 동시 시행하면 항문 보존 가능성↑


직장암 수술에 앞서 항암·방사선 치료를 모두 시행하는 것이 항문 보존과 생존율 향상 모두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전에 암세포의 크기를 줄이거나 제거한 후 수술하면 재발률을 낮추는 동시에 항문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중앙대병원 암센터 박병관 대장항문외과 교수팀은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와 공동으로 '전체 선행 항암·방사선 치료'(TNT)를 받은 직장암 환자의 항문보존치료 효과에 관한 연구 논문을 세계적인 암 학회지 'Annals of Oncology' 최신 호에 발표했다고 21일 밝혔다.

항문에서 가까운 직장암은 수술 전 방사선치료 후 암 종양과 직장을 제거하는 수술을 한 뒤, 인공항문인 장루를 만들고 이후 추가로 항암치료를 하는 것이 표준 치료법이다. 그런데 인공항문으로 인한 삶의 질의 악화, 변실금과 같은 배변 습관의 극심한 변화 등 여러 부작용을 초래하는 문제가 있어 최근에는 수술 전 항암·방사선 치료를 모두 시행해 환자 예후를 개선하는 전체 선행 항암·방사선 치료가 새로운 표준치료법으로 권고되고 있다.



박병관 대장항문외과 교수가 대장암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사진=중앙대병원박병관 대장항문외과 교수가 대장암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사진=중앙대병원
실제 연구팀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직장암 수술 전 전체 선행 항암·방사선 치료를 시행한 323명의 환자를 추적 관찰해 생존율, 항문 보존율 등을 분석한 결과 남은 종양이 없는 상태인 '완전 관해' 환자 142명 중 약 81%가 항문 및 직장을 보존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기 항암 화학·방사선치료(LCCRT)를 시행한 직장암 환자는 84%, 단기 방사선치료(SCRT)를 시행한 환자는 70%의 항문 보존율을 기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특히 전체 선행 항암 치료 후 완전관해를 보이는 환자는 기존의 항문 보존 수술이 아닌 직장 자체를 보존하는 장기 보존치료(Non-operative Management)를 시행할 수 있어 인공항문 수술 후 변실금과 같은 문제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이번 달부터 전체 선행 항암·방사선 치료가 급여 적용 대상에 포함돼 향후 적용 대상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병관 교수는 "이번 연구로 직장암의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어 '전체 선행 항암·방사선 치료'가 표준치료로 적용돼 환자의 치료 결과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체 선행 치료는 기존 치료 대비 후 완전관해율과 장기보존율이 확실히 높지만, 아직 추적검사 주기와 방식은 충분한 근거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문가의 판단과 충분한 이해, 환자 동의하에 주의 깊게 시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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