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경찰이 주변 순찰 나서는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지난 18일 동이 트지 않은 새벽 시간. 30대 여성이 비틀 거리며 서울의 한 지구대 안으로 들어갔다. 전날 저녁부터 밤샘 근무를 한 경찰 두 명은 자리에 일어나 이 여성을 맞았다.
술에 취한 그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제 휴대폰, 휴대폰을 가져갔다"고 말했다. 경찰이 자초지종을 묻자 그는 "남자친구가 술 먹다가 '휴대폰 잡아봐라' 하면서 갑자기 가져갔다"고 했다.
한숨 돌리는 사이 이번에는 20대 남성이 지구대 안으로 들어왔다. 술에 취한 남성은 "지방에서 올라왔는데 술 마시다가 짐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술 취한 남성에게 기억나는 장소가 어딘지 묻고 또 물었다.
현장 경찰관들이 교통 안전을 위해 시민들 안내하는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서울 관악구의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A 경위는 최근 자살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신고자로부터 얼굴에 침을 맞았다. 그는 땀과 함께 침이 얼굴에 흘러내리는데 자괴감을 느꼈다고 했다. A 경위는 "사람을 대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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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취자 구토, 대소변을 받아내거나 정신질환자에게 욕설을 듣는 일도 부지기수다. 30년 넘게 경찰 근무를 한 B 경감은 젊은 사람에게 온갖 욕을 들었다. 그는 "처음 본 사람한테 그런 소리 들으면 화나지만 일단은 꾹 참는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한 지구대 문 앞에는 도어락과 초인종도 설치됐다. 범죄자가 보복하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C 경감은 "2년 전에 칼을 들고 온 사람도 있었다"며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서 매번 긴장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공무집행방해 사건 검거 건수는 지난해 기준 1만25건으로, 이 중 9346건이 경찰을 상대로 발생했다. 형법 제136조에 따르면 정당한 공무를 집행하는 경찰관 등에 대해 폭행이나 협박을 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경찰들이 서울 종로구 일대를 순찰하는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경찰청은 2014년부터 각종 사건 사고로 어려움을 겪는 경찰을 위해 트라우마센터(마음동행센터)를 열었다. 10년이 지났지만 이용자에 비해 시설과 인력은 부족한 수준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마음동행센터를 이용한 경찰은 2019년에 6183명에서 △2021년 9940명 △2022년 1만4218명 △2023년 1만8962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상담건수도 3만8199건으로 전년(2만5974건)보다 47.1% 늘었다.
현재 마음동행센터는 전국 18개 시도청에 18곳 운영 중이다. 서울은 보라매병원과 경찰병원 2곳이고 나머지 지역에는 각각 1곳씩 운영하고 있다. 세종시에는 한 곳도 없다.
경찰 관계자는 "업무 특성상 경찰이 다른 직업군에 비해 트라우마를 많이 겪는 편"이라며 "앞으로 5년 동안 단계적으로 마음동행센터를 늘려나가는 등 경찰의 몸과 마음이 건강할 수 있도록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