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산림과학원, '소나무' 표준 유전체 해독…천연기념물 '정이품송' 활용

머니투데이 대전=허재구 기자 2024.10.21 15:04
글자크기

서울시립대학교와 공동연구 결과… 세계적 권위 유전학 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 게재

정이품송 표준유전체 지도./사진제공=국립산림과학원정이품송 표준유전체 지도./사진제공=국립산림과학원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김승일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원예학과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반수체 유전형 정보를 반영한 소나무의 표준 유전체를 완성했다고 21일 밝혔다.

'반수체 유전형'은 부계 또는 모계로부터 유전되는 각각의 염색체 유전정보의 집합을 의미한다.



소나무의 유전체(총 21.7Gb)는 인간 유전체(3.2Gb)의 약 7배로 거대하다. 전체 유전체 중 70% 이상의 염기서열이 반복적이며 쌍으로 위치한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달라 그 복잡함으로 인해 유전체 해독에 어려움이 있었다.

공동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최신 유전체 조립방식인 페이징(Phasing) 기법을 이용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염색체를 각각 조립해 '반수체 유전형' 표준 유전체를 완성했다.



또한 현재까지 공개된 겉씨식물 유전체 중 가장 높은 품질의 정밀성과 정확도로 연구신뢰도를 높였다.

이번 표준 유전체 해독 대상은 한국의 대표적인 소나무인 속리산 '정이품송'이다. 정이품송은 600년 동안 이어진 역사·문화적 가치뿐만 아니라 후계목 복원을 위한 유전학적 가치도 높아 그 의의가 컸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 가치를 인정받아 유전학 분야 세계적 권위 학술지인 '네이처 제네틱스'에 게재돼 지난 20일 자 온라인판에 공개됐다.


한편 표준 유전체는 유전자의 개수와 위치, 작용 기능에 관한 생명현상의 핵심적인 정보를 담고 있어 질병 예방과 조기진단 등에 활용된다.

이번 논문의 유전체 정보는 기후변화로 인해 감소되는 소나무의 보호와 관리를 위해 △가뭄·폭염 등 환경스트레스에 강한 육종 소재 선발 및 기술 개발 △소나무재선충병을 포함한 나무의 병해충 질병 조기진단 기술 개발 △환경 적응성 표지자를 이용한 소나무 건강성 회복 연구에 이용될 계획이다.



또 늦더위 현상으로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는 송이버섯의 인공재배 기술 개발을 위한 '송이와 소나무 상호작용 연구'를 비롯해 기후변화와 질병 형질에 관한 유전변이를 확보할 수 있는 '소나무 범유전체 지도' 구축 등에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응준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미생물이용연구과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진 소나무 표준 유전체 정보는 기후변화와 산림 재해로 위기에 직면한 우리나라 소나무 숲의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