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특수부대가 도시를 점령했다"

머니투데이 이상배 정치부장 2024.10.24 05:50
글자크기

[the300] [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평양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국빈 방문한 북한 평양에 도착해 영접 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2024.06.19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평양 AFP=뉴스1) 우동명 기자(평양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국빈 방문한 북한 평양에 도착해 영접 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2024.06.19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평양 AFP=뉴스1) 우동명 기자


#1. 2011년 4월2일, 일본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리고 있는 후쿠오카 돔. 무장한 북한 특수부대원 9명이 순식간에 경기장을 장악하고 약 3만명의 관중을 인질로 삼는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일본 정부는 우왕좌왕한다. 그 틈을 타 484명의 북한 특수부대가 특수침투용 수송기를 타고 추가로 후쿠오카에 도착한다. 스스로 '고려원정군'이라고 밝힌 북한 군인들은 인질을 무기 삼아 후쿠오카 전체를 점령한다. 북한은 이들을 '반란군'이라고 칭하며 선을 긋는다.



오랜 평화 속에 유약해진 일본 시민들은 북한 특수부대에 맞서 싸울 엄두도 못 낸다. 일본 정부는 후쿠오카를 봉쇄하고 규슈 전체의 교통을 차단한다. 그리곤 오사카 지방경찰의 특수부대를 동원해 진압 작전에 나서지만 대실패로 끝나고 만다. 후쿠오카 시민들은 무능한 중앙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는다. 오히려 부자들의 재산을 몰수하는 북한 특수부대에 환호한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 '반도에서 나가라'의 초반 내용이다. 동북아시아 최강이라고 평가받는 북한 특수부대의 전력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2. 현대전에서의 전력은 병력의 수가 아니라 병력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 '란체스터의 제곱 법칙'(Lanchester's Square Law)에 따르면 그렇다.

다만 이건 양쪽의 화기가 같다고 가정할 때 얘기다. 실제론 병력이 다소 모자라도 화력과 사정거리가 우세한 쪽이 유리하다. 특히 제공권이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현대전에선 공군력의 우열이 결정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의 재래식 전력은 남한에 턱없이 못 미친다. 북한이 비대칭전력(asymmetric power)에 목을 매는 이유다. 비대칭전력은 란체스터의 법칙이 전혀 통하지 않는 영역이다.


북한의 비대칭전력은 핵무기나 탄도미사일에 그치지 않는다. 사이버 전력이나 가상자산(암호화폐) 기술 뿐 아니라 특수전 부대도 비대칭전력에 포함된다.

만약 고도로 훈련된 북한 특수부대 수 천 명이 부산 등 후방에 잠입한 뒤 흩어져 항만 파괴 공작 등 교란 전술을 편다면 과연 제때 막을 수 있을까.
(부산=뉴스1) 권현진 기자 = 배우 강동원(왼쪽부터)과 박정민, 차승원이 3일 부산 해운대구 BIFF 야외무대에서 열인 영화 ‘전,란’ 야외무대인사 오픈 토크 행사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2024.10.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부산=뉴스1) 권현진 기자(부산=뉴스1) 권현진 기자 = 배우 강동원(왼쪽부터)과 박정민, 차승원이 3일 부산 해운대구 BIFF 야외무대에서 열인 영화 ‘전,란’ 야외무대인사 오픈 토크 행사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2024.10.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부산=뉴스1) 권현진 기자
#3. 강동원, 박정민 주연에 차승원이 출연하는 넷플릭스 영화 '전,란'은 액션의 대부분을 칼이 채운다. 조선시대 무과 급제를 위해 검술을 연마하는 장면도 나온다. 그러나 실제론 당시 무과 시험에 검술 과목은 없었다. 무예 과목 6가지는 모두 활과 승마에 대한 것이었다. 산성 전투가 조선의 기본 방어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당시 백병전에서 조선군은 왜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열도에서 100년 이상의 전국시대를 거치며 쌓은 실전 경험 때문이다. 조선군 다섯이 왜군 소년병 한 명을 검술로 당해내지 못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알렉산더 대왕의 보병, 칭기즈칸의 궁기병, 나폴레옹의 포병이 동시대 어느 군대보다 강했던 건 수많은 전투를 치른 베테랑들이었기 때문이다.

6.25 초반 국군이 일방적으로 밀린 것도 전투 숙련도의 차이와 무관치 않다. 당시 북한군 주력엔 중일전쟁과 국공내전에서 실전을 경험한 조선의용군이 참여하고 있었다.



#4.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한반도 안보 지형을 뒤흔들 중대 사건이다.

우선 북한은 파병을 대가로 러시아에서 탄도미사일 재진입 기술을 넘겨받을 것이 불보듯 뻔하다.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이 완성된다면 미국은 샌프란시스코나 LA에 핵 미사일이 떨어질 위험을 감수하고 과연 한국을 도울까.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전투병 파병을 통해 얻을 또 한 가지는 현대전 경험이다. 현대 시가전에선 병력이 소규모 단위로 흩어질 수밖에 없다. 야전 지휘관의 실전 경험이 특히 중요한 이유다.



우크라이나 군을 상대로 현대전 경험을 쌓은 1만여명의 최정예 특수부대가 북한으로 돌아간 뒤 그냥 놀고 먹을까. 북러 밀착에 따른 '뉴노멀'에 대비할 때다.

"북한 특수부대가 도시를 점령했다"
TOP